-전통 인프라에서 전기차·배터리로
-“美와 中 사이에서 투자 리스크 재조정”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에는 항만, 전력망 등 기존 인프라 인수에 집중했던 중국 자본이, 최근에는 현지 공장 설립 중심의 ‘전략적 직접 투자’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는 미국이 유럽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유럽이 경제적 실익을 따라 중국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 中 자본, 유럽에서 ‘M&A’에서 ‘공장 짓기’로
포르투갈의 항구 도시 시니스(Sines)에서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LB가 22억 달러 규모의 리튬배터리 공장을 착공, 1,800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이는 단순한 지분 인수에서 벗어나, 생산기지를 직접 구축하며 유럽 경제에 보다 깊숙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헝가리에는 BYD와 CATL, 슬로바키아에는 Geely 계열 볼보의 전기차 공장과 고션(Gotion)의 배터리 합작공장이 설립되고 있다.
로디움 그룹과 메릭스(Merics) 연구소가 지난 5월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대EU 투자액은 100억 유로(약 11.7조 원)로, 7년 연속 감소세를 뒤집고 반등했다.
다만, 2016년 최고치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 대상국도 독일·프랑스에서 헝가리·세르비아 등 친중 성향 국가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중국의 투자 전략 변화: 축소에서 '전략적 집중'으로
중국 기업은 과거 이탈리아 축구팀, 프랑스 리조트, 독일 로봇 기업 등을 인수했으나, 수익성 악화와 현지 정치 반발, 인권 문제 등으로 다수 사업이 좌초되었다.
과거 미디어 그룹의 독일 로봇 제조업체 쿠카(Kuka AG) 인수, 켐차이나(ChemChina)의 스위스 농화학 기업 신젠타(Syngenta) 인수 등 기술 및 식량 안보 분야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가 유럽 내에서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투자 심사 강화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자동차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메타 시스템(Meta System SpA)은 중국 대주주의 구제 금융 실패로 법정 관리를 받게 되었으며, 과거 인터 밀란 축구 구단을 소유했던 중국 기업 쑤닝(Suning)은 대출 불이행으로 구단 소유권을 미국 펀드에 빼앗기기도 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비생산적·비핵심 분야 투자를 억제하고, 배터리·전기차·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 산업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美 관세 압박이 유럽의 선택 흔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유럽 산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일부 국가는 탈미 전략보다는 실용적 차원의 對中 협력 강화로 무게 중심을 조정하고 있다.
헝가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BYD의 주요 생산기지가 되고 있으며,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주석에게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한 중국 투자 환영”을 전한 바 있다.
스페인, 헝가리, 세르비아 등 일부 국가는 더욱 공개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 유럽 내 '이중 전략'…환영과 견제의 공존
EU는 대중 투자 유치에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국가는 환영하는 반면, 다른 국가는 안보·정치적 리스크를 경계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대중국 의존도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며 중국의 러시아 지지, 희토류 무기화, 기술 통제 강화 등을 지적하며, 전략 분야에서의 투자 심사 강화와 무역 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은 중국 배터리 기업 PTL에 대해 지분 축소와 현지인 경영 요건을 부과했고, 폴란드와 핀란드는 항만, 케이블 파손 사건 등을 이유로 안보 우려를 제기하며 투자를 차단하거나 축소했다.
유럽 내에서도 중앙·동유럽 국가들이 중국 자본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헝가리는 중국 EV 브랜드 BYD의 유럽 HQ가 위치한 국가가 됐고, 세르비아는 철강·광산·백신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EU 통합 과정에서 소외된 주변국들이 중국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현실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 전략산업 통제 강화와 경제 현실 사이에서 균형 모색
독일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유럽 교역국으로, 향후 중국산 풍력터빈 도입 여부 등이 통상정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메르켈 이후 등장한 메르츠 총리 하의 독일 정부는 안보·에너지 자립성과 무역 실리를 놓고 복합적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메릭스(MERICS) 연구소는 “미·중이 세계화의 중립성과 규범을 약화시키는 가운데, 독일은 그 최전선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컨설팅 회사 롤랜드 버거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알렉산더 뮐러는 "관세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라며 "시장 상황을 보면 중국 기업들이 유럽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對中 전략, 더 이상 일방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방적 편중보다는 ‘균형’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은 유럽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중국의 자본과 기술은 일부 유럽국가에게 ‘즉각적 해답’이 되고 있다.
오는 EU-중국 정상회담(수교 50주년 계기)은 이 복잡한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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