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제동… 中 제조업체들, 동남아 투자 재고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및 동남아시아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제3국을 통한 '환적(transshipment)'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추진해온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에 생산 기지를 확장해왔지만, 이제 그 유인이 크게 약화되면서 공급망 재편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4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한계…동남아도 예외 없는 '관세 폭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다수의 중국 제조기업은 관세 리스크를 분산하고자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렸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미국이 중국 외 생산거점에도 10~40%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 전략의 실효성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30%로 낮추는 한편, 동남아 국가들에는 10~4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에는 19%의 관세가, 베트남에는 20%의 관세가 적용되었다.

미얀마와 라오스는 무려 4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비록 동남아 국가들의 관세율이 중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보다 여전히 낮긴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동남아를 통한 생산 및 수출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핵심인 '관세 차이'로 인한 수익 마진이 줄어들면서, 중국을 떠나 동남아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을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환적'에 대해 일괄적으로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더 이상 효과적인 관세 회피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중 관세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중국 기업들의 딜레마: 동남아 투자 '재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엄청난 압박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회귀하거나, 아예 새로운 생산 기지를 더 먼 곳에서 찾아야 하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이전하는 비용이 막대해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캄보디아에 대규모 공장을 증설한 중국 푸젠성의 민위안 풋웨어의 린 시지에 대표는 "관세 영향 때문에 주문을 망설이는 고객들이 늘었다"라고 토로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드래곤 소싱의 리처드 라우브 최고경영자(CEO)는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던 미국 고객들의 문의가 줄어들었다"라며, 많은 고객들이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중국에서 계속 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부품의 대부분을 여전히 중국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관세 조치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환적 관세를 피하려면 생산 공정 자체를 동남아로 옮겨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장난감 및 전자제품 제조업체 윈우드의 브라이언트 찬 사장은 공급망의 "위험 완화를 위해 올해 중국 남부 둥관에 있는 자사 공장의 일부 주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파트너들과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찬 사장은 윈우드는 대부분의 부품을 중국에서 운송하고 있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관세
[AFP/연합뉴스 제공]

▲동남아냐, 중국 잔류냐?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산업에 관세의 영향이 동일하게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하이엔드 섬유나 직물 같은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어, 관세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1차 무역 전쟁 당시에도 중국에 남았던 일부 제조업체들은 현재의 상황을 '회심의 미소'와 함께 지켜보고 있다.

둥관에 장난감 공장 4곳을 운영하는 자오펀(Zhao Fen) 사장은 많은 동료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열었지만 지금은 "모두 후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부동산 가격 상승, 노동력 효율 저하, 관세 인상으로 많은 기업의 비용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오펀 사장은 낮은 가격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부담이 미미해 미국 바이어들의 수요가 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세 차이가 크지 않다면 물류 효율성과 생산 유연성이 높은 중국을 선택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한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레이앤고의 아담 파자커리 운영 책임자는 "관세 차이가 근소하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해, 동남아 투자를 재고하는 기업들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결국 트럼프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중국 및 동남아 진출 전략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공장 분산’ 중심 전략에서 보다 세밀한 현지화·리스크 분산, 지역간 관세 차익의 실질적 효과 분석, 장기적 구조조정 등 보다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해진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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