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글로벌 경제 시선] 미국 對인도 관세율 50%로 인상…美·印 무역갈등 격화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50%로 인상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섬유·보석·화학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에 직격탄을 날리며, 인도의 대미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관세 인상의 배경은?

인도는 2022년 이후 러시아산 저가 원유 수입을 늘려 최소 170억 달러(약 23조7600억원)를 절약했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관세 인상은 인도 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보복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효시킨 최대 50%의 관세로 인해 이번 회계연도에만 37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원유 수입으로 얻은 이득을 훨씬 뛰어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최대 50% 관세…섬유·보석·화학제품 직격탄

일부 품목의 관세가 최대 50%까지 올라가면서 섬유·보석·가죽·스포츠용품·가구·화학제품 등 인도 주요 수출 품목들이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됐다.

이는 미국이 적용하는 관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국·브라질에 준하는 강도다.

인도의 수출업계에 따르면, 이는 전체 대미 수출액(870억 달러)의 약 55%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수출기구연합의 S.C. 랄한 회장은 "이번 조치는 섬유, 화학, 가죽 등 수출 품목의 약 55%가 베트남·방글라데시·중국 등 경쟁국 대비 30~35%의 가격 불리함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수천 개의 소규모 수출 기업과 일자리를 위협하며,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자·스마트폰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노리던 인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화주들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자정 마감일 이전에 선박에 선적되어 미국으로 운송 중인 인도 상품에 대해 3주간의 면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들은 9월 17일 오전 12시1분(미 동부시간)까지 기존의 낮은 관세율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

또한 철강, 알루미늄 및 그 파생 제품, 승용차, 구리, 그리고 국가안보무역법 232조에 따라 최대 50%의 별도 관세가 부과되는 기타 상품도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인도 무역부 관계자들은 미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약 7.5%라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동차에 최대 100%, 미국 농산물에 대한 평균 적용 관세율이 39%라고 강조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7일 발표된 대로 인도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발효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 인도 정부, 긴급 지원책 모색

인도 상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금융지원과 중국·중남미·중동 등 시장 다변화를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업계는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인도수출기구연맹(FIEO)은 ▶은행 대출 상환 유예(1년 모라토리엄) ▶저리 융자 확대 ▶대출 접근성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도 뭄바이 인도개발연구소의 라제스와리 센굽타 경제학자는 “루피화 절하를 용인하는 것도 수출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는 간접 지원책”이라고 제안했다.

▲ 협상 결렬과 오판…정치적 신호 왜곡

이번 조치는 양국 간 5차례 협상 결렬 이후 나온 것이다.

인도는 일본·한국·EU와 같은 주요 교역국에 부과되는 15% 수준으로 타협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양측은 정치적 오판과 신호 왜곡이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미·인도 양국 교역 규모는 1,290억 달러, 그 중 미국의 대인도 무역적자는 458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조치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관세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러시아 사이, 인도의 딜레마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중요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는 양국의 관계를 1998년 핵무기 실험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는 방위 장비, 지정학적 지원, 저렴한 원유 등 여러 이유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델리 전략국제연구소 하피몬 제이콥은 "인도는 러시아와 미국 중 어느 한쪽만 선택할 여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인도의 원유 수입량 중 러시아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인도 외무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인도 소비자의 예측 가능하고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며, 수입 중단은 전체 공급망을 교란하고 국내 유가를 급등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등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편, 관세 충격 속에서 인도는 다극화 외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도의 고위 인사가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모디 총리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연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中-印 관계는 여전히 경계심이 남아 있어, 러시아가 희망하는 미·중·러 3자 정상회담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 미-인도 관계의 미래는?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인도 외교부는 공동 성명을 통해 “양국 외교·국방 당국이 회의를 갖고 파트너십 심화를 희망한다”라고 밝혔으며,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협력체)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율 관세 장기화 시 인도의 ‘차이나 플러스 원’ 대체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양국 전략 관계 전반에도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인도는 미국과의 협상 복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유지, 내수 경기 부양책 병행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관세는 인도를 대신하여 중국, 베트남, 멕시코, 튀르키예 등 경쟁국들이 미국 시장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과 인도가 무역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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