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미국, ‘디 미니미스’ 관세 면제 폐지…배경과 영향은?

장선희 기자

 -“너무 사소해서 무시했던 것, 너무 커져 무시할 수 없게 되다”

1930년대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디 미니미스(de minimis)’ 조항이 마침내 종료된다고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1년에 10억 개가 넘는 소형 물품들이 관세 없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던 제도였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규제하기엔 번거롭다고 여겼지만,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요인이 되었다.

▲'너무 작아 무시했던' 800 달러 면세 한도 폐지

'너무 작아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의 라틴어인 '드 미니미스(de minimis)' 관세 면제 조항은 2016년 이후 800달러로 책정되어 전 세계적으로 매우 관대한 기준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이 조항 덕분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소형 소포는 지난해 거의 14억 개에 달해, 지난 10년간 600%나 폭증했다.

이 중 75% 이상이 중국산이며, 특히 쉬인(Shein)과 테무(Temu)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책 종료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생활하던 미국인들은 공장에서 문 앞까지 배송되는 저렴하고 빠른 서비스를 사랑했지만, '물건의 쓰나미'는 미국에 여러 우려를 낳았다.

외국 경쟁사들이 미국 소상공인의 사업을 위축시키고, 펜타닐 같은 불법 약물이 유입되거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몰래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초당적 지지가 형성되었고, 바이든 전 행정부 하에서 규제가 논의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중국과 홍콩에 대한 디 미니미스 면제를 철폐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한 고위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에 대한 규제 폐지 전에는 매일 평균 400만 개의 면세 소포가 도착했으나, 그 이후로는 약 100만 개로 줄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저렴한 물건을 쉽게 보낼 수 있었던 소형 소포들도 관세와 세관 서류 심사를 받게 된다.

▲미국 정부의 세수 확대 vs.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 증가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의 세수를 늘리는 또 다른 수단이다.

의회예산국은 지난해 중국발 물품에 대한 '드 미니미스' 면제 조항만 종료해도 10년간 235억 이상의 추가 관세 수입과 수수료를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규제 폐지 이후 중국과 홍콩에서 오는 소포를 통해 이미 4억 9,200만 달러 이상이 징수되었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조치들이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 특히 수출을 망설이게 될 중소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라며, "마찰 없는 수출에 익숙했던 기업들은 이제 영구적으로 더 높은 비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 미니미스
[AP/연합뉴스 제공]

▲'수입품 홍수' 막아내니 '국내 기업' 살아나

이번 변화를 환영하는 이들도 있다.

시카고에서 '기프트포유나우닷컴'을 운영하는 짐 투클러는 "최근 몇 년간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판매자들로부터 매출을 잠식당해 왔다"라고 말했다.

투클러는 중국에 대한 면세 규제가 사라진 이후로 이미 매출이 증가했다라며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주문량과 물량은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배송 대란 속 '글로벌 물류'의 몸살

하지만 글로벌 무역의 톱니바퀴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우편 서비스를 통해 미국에 도착하는 소포는 해당 품목의 원산지 국가에 적용되는 관세율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

일부 국가의 우체국들은 미국 세관의 서류 및 지불 요건에 대한 지침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미국행 소포 접수를 중단했다.

국제연합(UN) 산하의 만국우편연합(UPU)은 "미국 당국이 어떻게 이 조치를 운영할지, 그리고 필요한 운영 변경 사항들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에 대한 추가 정보가 있을 때까지 이러한 중단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업 택배 회사인 UPS와 페덱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미국 간 물량이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무역 노선에 타격을 입혔다고 언급했다.

이들 대형 운송사들은 세관 서류 처리 및 관세 지불 대행에 대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와 비용 증가

이번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고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종교 용품을 판매하는 '몬도 카톨리코(Mondo Cattolico)'의 온라인 판매 관리자 파브리치오 에니아는 미국으로 배송되는 대부분의 주문이 100달러에서 200 달러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 미니미스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고객에게 관세나 추가 요금 없이 원활하게 배송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관세, 높아진 배송비, 세관 관련 추가 수수료를 충당하기 위해 최근 가격을 20% 인상했다"라고 밝혔다.

식물 모니터링 기기를 판매하는 '플로라센스(FloraSense)'의 아베시 드 CEO는 중국산 물품에 대한 '드 미니미스' 면세 규정 폐지로 인해 확장 및 혁신 계획에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 개의 정원용 장갑이나 전지가위를 수입했다가 인기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드 미니미스 규정 덕분에 샘플을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보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방법이 어려워져서 내년 출시 예정이었던 신제품 계획의 75%를 취소해야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디 미니미스 폐지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에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 미 정부는 세수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소비자 선택권 제한, 중소기업 수출 차단,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가 전 세계 전자 상거래 시장에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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