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트럼프, 연준 이사 해임 시도 제동…리사 쿡 “일단 유임”

장선희 기자

미국 워싱턴 D.C. 지아 콥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면서,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기'에 의한 연준 통제 시도에 대한 첫 번째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 판결의 핵심 해임 사유'와 '적법 절차' 위반

법원 판결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쿡 이사 해임 사유가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for cause)'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임 절차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 절차(due process)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1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콥 판사는 '정당한 사유' 조항의 가장 적절한 해석은 "이사의 해임 근거가 재임 중 행위와 관련되어야 하고, 법적 의무를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했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트럼프 측이 주장한 2021년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이 연준 이사로서의 직무 수행과 무관하므로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SNS로 해임 의사를 밝힌 것과, 피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한 조치는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위법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트럼프, SNS 통해 “즉시 해임”…논란 자초

이번 논란은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빌 펄티(Bill Pulte) 국장이 쿡의 모기지 신청 과정에서 '거주지 허위 기재'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 SNS에 “쿡을 즉시 해임하겠다는 글을 올리며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된 모기지 신청은 미시간, 조지아, 매사추세츠 등 3개 주에 걸친 주택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사기성 금융 거래로 인해 해임한다”라고 통보했으나, 구체적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리사 쿡
[AFP/연합뉴스 제공]

▲ 연준의 독립성 수호 '공익'을 위한 결정

이번 판결은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콥 판사는 결정문에서, 연준의 독립성은 금융 시스템 안정에 있어 핵심 가치라고 강조하며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독립된 통화정책 결정권은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쿡의 복직은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라며 행정부가 요구한 판결 중지 요청(stay)을 기각, 즉각적인 복직 판결을 확정지었다.

쿡 이사의 변호인 또한 "입증되지 않은 모호한 주장을 근거로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쿡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태롭게 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며 연준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강조했다.

▲ 상급 법원에서의 최종 결판

이번 판결은 임시적인 조치로, 법무부는 즉각 항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 행정부와 쿡 이사 간의 법적 공방은 고등법원을 거쳐 결국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이사의 해임 권한 범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연준의 정책 결정에 정치권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특히, 쿡 이사가 9월 16~17일 예정된 금리 결정 회의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번 판결은 당장 다가올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 전망은?

이번 법원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통제 시도에 제동을 걸며, 연준의 독립성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핵심 가치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승리에 불과하며, 향후 법정 공방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중요한 원칙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통화정책의 정치적 중립성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수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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