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두 달 만에 후퇴…정치·시장 압력 속 정책 신뢰성 시험대
정부가 15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7월에 예고했던 10억 원 강화안을 접으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세제 신뢰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증시는 일단 환영 분위기지만, 추가 모멘텀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불과 두 달 만에 뒤집힌 세제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 발표 직후 코스피가 3.8% 넘게 급락하고 연말 매물 폭탄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과 투자자 반발이 확산됐다. 당시에는 “부자 감세를 되돌리겠다”는 명분이 강조됐지만, 시장은 대규모 매도 압력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국 구윤철 부총리가 국회 당정협의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정치권 의견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불과 두 달 만에 기존 방침을 철회하면서 세제 정상화라는 원래 취지보다 시장 안정 요구가 우선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정치권의 목소리와도 밀접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투자자 표심을 의식하면서, 50억 유지에 힘이 실린 것이다. 정치·시장 압력이 정책 방향을 바꾼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 증시 호재로 작용했지만 반영은 제한적
결정 직후 코스피는 장중 3,4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외국인은 이날 2천억 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6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증권사들은 “세제 리스크 해소로 증시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긍정 평가를 내놨다.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 안도감이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대신증권은 “대주주 기준 유지가 기업 실적을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한 상승 동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고점을 경신했지만, 이는 정책 자체 효과라기보다 글로벌 기술주 랠리와 외국인 수급 개선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조치가 단기 모멘텀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중장기적인 투자 판단을 바꿀 만큼의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결국 증시의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은 기업 이익과 거시경제 흐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 다음 쟁점은 배당소득세 개편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세제개편안의 또 다른 축인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최고세율을 35%로 제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20%대까지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세율 인하 여부가 향후 증시 흐름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세율이 25% 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코스피가 연말까지 3,75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배당 분리과세 세율 조정이 시장 기대에 부합할 경우 외국인 투자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배당소득 과세 완화가 배당 매력을 높여 장기 투자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반대로, 세율 인하가 기업 실적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면 단발성 모멘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세부 설계 과정에서 과표 구간이나 적용 기한이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단순 세율보다 종합적인 제도 설계를 주시하고 있다.
◆ 흔들린 정책 신뢰성과 형평성 논란
대주주 기준을 둘러싼 정책 선회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했지만, 동시에 세제의 신뢰성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세 형평을 내세워 강화안을 추진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정치·시장 압력에 밀려 원위치로 돌아간 점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증시 안정에는 기여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세제 정책의 일관성을 의심받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제는 시장의 신뢰를 전제로 하는 만큼,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뀔수록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일반 투자자와 대주주 간 과세 형평 문제도 다시 수면 아래로 밀려났다. 당장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이 부각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금 부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남은 과제로 남는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와 조세 정의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요약: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하면서 증시는 단기 호재를 맞았고 외국인 수급도 개선됐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정책 방향이 뒤집히면서 세제의 신뢰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더 커졌다. 시장은 이제 배당소득세 개편을 차기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으며, 제도 설계 과정에서 형평성과 활성화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