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서울 민간임대 규제 완화, 공급 확대와 권리 보호 논란

음영태 기자

청년·서민 주거 안정 기대 속 임차인 권리 약화 우려 확대

서울시가 1일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민간임대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고 청년과 1~2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임차인 권리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과 정부와의 정책 엇박자로 인한 혼선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발표
▲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건축 규제 완화로 신규 공급 확대 모색

서울시는 소규모 오피스텔의 접도 조건을 기존 20m에서 12m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간선도로에서만 가능했던 오피스텔 건축이 보조간선도로까지 확대돼 건축 가능 부지가 넓어진다. 또 건축위원회 심의 기준을 ‘30실 이상’에서 ‘50실 이상’으로 조정해, 중소규모 오피스텔의 공급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용적률 확보를 위한 추가 방안으로 일조 사선 규정 완화와 도시형 생활주택 층수 확대도 정부에 건의한다. 서울시는 ‘신속인허가협의체’를 운영해 자치구별 인허가 재량 범위의 차이로 발생하던 분쟁을 줄이고, 건축계획 사전검토제를 도입해 건축인허가 절차와 구조 심의를 병행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41만6천호로, 전체 임차주택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신규 임대사업자는 2018년 3만 명에서 지난해 2천 명으로 약 93% 급감했다. 이는 세제 혜택 축소와 단·장기 아파트 임대 폐지 등 정책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지 않으면 청년·서민의 주거 수요 충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인식이다.

◆ 전세사기 방지 장치로 시장 신뢰 회복 시도

서울시는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세사기 예방 장치를 마련했다. 이달 말부터 도입되는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는 계약 예정 주택 주소만 입력하면 등기부등본,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 13개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임대인이 동의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채무불이행 현황 등 11개 항목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는 임차인이 계약 전 위험도를 확인해 보다 안전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다.

서울시는 또 임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임대인·임차인 간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민관협의회를 정례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는 전세사기 피해 확산으로 무너진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공급 확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2022년 발생한 ‘빌라왕 사건’ 이후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신규 비아파트 착공물량은 2015년 반기 평균 3만6천호에서 지난해 약 2천호로 급감했다.

임차인 단체들은 이번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AI 기반 리포트만으로는 복잡한 임대차 시장의 위험을 충분히 걸러낼 수 없으며, 보증보험 가입 의무나 집주인의 재무 건전성 검증 같은 근본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공급 확대와 함께 안전망이 병행되지 않으면, 임차인 권리 보호는 여전히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 금융 지원 확대, 그러나 정부와 엇박자 논란

서울시는 ‘서울주택진흥기금’을 신설해 민간임대리츠 초기 출자 부담을 줄이고, 대출이자 일부(2%)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출자 비율을 14%에서 11%로 축소한 데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서울시는 줄어든 정부 출자분을 보완해 민간임대사업자의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철학 차이는 뚜렷하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규제를 통해 투기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 위축과 공급 부족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오세훈 시장은 “임대사업자를 죄악시하면 공급이 될 수 없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는 정책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 국회에서도 정부·서울시 간 정책 충돌이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공조 체계 없이는 민간임대시장 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평가하며, 단기적 금융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지속 가능한 임대차 시장 위한 보완 과제

서울시의 이번 대책은 공급 부족 해소와 전세사기 예방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임차인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못하면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시는 공급 확대 효과가 현장에서 체감되는지를 점검하고, 권리 보강을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국제 사례에서도 공급 확대와 권리 보호를 병행하는 방식이 안정성 확보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2023년 주거정책 보고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임대료 상한제와 분쟁 조정 제도를 함께 운영해 민간 임대시장의 안정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통해 임대사업자 참여를 확대하면서, 임차인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이 단기 공급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임대차 시장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책의 실효성은 균형 있는 보완책과 현장 점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권리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요약:
서울시는 민간임대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절벽을 해소하고 청년·서민의 주거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강화는 공급 확대 효과가 기대되지만, 임차인 권리 보호 약화와 정부와의 정책 엇박자가 우려된다. 향후 현장 점검과 국제 사례를 반영한 제도 보완 여부가 정책 성공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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