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G 인사이트] 에너지 허브의 역설…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 물부족 비상

장선희 기자

텍사스 남부의 코퍼스 크리스티가 ‘물 위기의 도시’로 떠올랐다.

지난 20여 년간 이 지역은 테슬라, 엑슨모빌, 사빅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끌어들이며 석유화학·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풍부한 토지와 저렴한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물’을 내세웠지만, 현재 그 물이 말라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다르면 코퍼스 크리스티 시 당국은 “향후 18개월 내 지역의 물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3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으로 주요 저수지가 바닥나면서 산업시설뿐 아니라 7개 카운티, 50만 명의 주민 생활도 위협받고 있다.

하워드 에너지 파트너스의 마이크 하워드 CEO는 “텍사스 남부의 물 사정은 내가 본 적 없는 최악의 수준"이라며 “에너지는 넘치지만 물은 없다"라고 말했다.

▲ 산업단지 ‘물 한 모금이 금값’…기업들 생산 축소 우려

물 부족 사태는 지역 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다.

정유·화학·플라스틱·배터리 산업은 하루 수백만 갤런의 물을 냉각·세정·공정에 사용한다.

한 석유화학 플랜트는 하루 평균 1,300만 갤런을 소비하는데, 이는 겨울철 지역 전체 수요의 약 13% 수준이다.

시 상수도 책임자 출신 드루 몰리는 “코퍼스 크리스티의 물 사용 절반이 8개 주요 기업에 집중돼 있다”라며 공급망 구조적 불균형을 지적했다.

플린트힐스(Flint Hills) 등 정유사들은 이미 절수·재활용 기술을 강화하고 있지만, 물 배급(감량) 조치가 시행되면 생산 중단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 수십 년 가뭄의 악순환…저수지 고갈, 해수담수화 계획 좌초

코퍼스 크리스티는 1950년대 이후 가뭄 때마다 신규 수원 확보에 나서며 두 개의 서부 저수지와 동부 파이프라인으로 도시 물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장기 가뭄은 내륙 수원을 모두 압박했다.

이에 시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루 3,600만 갤런을 생산하는 미국 최초의 ‘시영 대규모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추진했지만, 예상 예산이 7억5,700만 달러에서 12억 달러로 급등하며 지난 9월 의회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미 2억3,500만 달러의 대출과 5,000만 달러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였다.

▲ “산업만 살리고 주민은 부담” 대립 격화

해수담수화 사업은 지역사회 갈등의 뇌관이 됐다.

일부 시의원은 “담수화는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며 시민에는 실익이 없다”고 반대했다.

시빌리아 캠포스 의원은 “한 번 시작하면 산업 팽창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 혜택이 주민 생활비 상승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파는 “물 문제 해결 없이 미래 투자는 불가능하다”라며 담수화가 고용과 세수 유지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공화당 소속 주 하원의원 데니즈 비야로보스는 “산업 유치 중단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라며 “현재 여러 신규 기업이 물 사정을 이유로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텍사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군기지·주민도 타격…“허리케인을 기다리는 심정”

코퍼스 크리스티 해군기지와 미 육군 항공정비창도 주요 수돗물 소비처다.

절수 조치가 강화되면 군사정비 기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도시 관계자 피터 자노니 시 매니저는 “만약 일부 공장이 물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다면,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 일부 기업은 지하수 자체 개발 및 우물 굴착을 검토 중이며, 미 해군 항공기 수리기지(Navy Depot) 또한 물 절약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 당국은 비상 프로젝트로 지하 염수(Brackish Groundwater) 개발에 착수했다.

저수지 서쪽 두 곳에서 신규 관정을 굴착해 하루 2,800만 갤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어 인접한 샌패트리시오 카운티의 지하수 도입, 항만 보유지 담수화 등 장기 대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모두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필요로 한다.

▲ ‘물 재활용’이 임시방편…주민들은 “빗물이라도 모아야”

도시는 이미 잔디 물주기 제한 등 1단계 절수령을 시행 중이다.

주민 상당수는 하수처리장에서 제공하는 ‘중수(reclaimed water)’를 무료로 받아 마당에 뿌리고 있다.

62세 은퇴자인 로버트 페냐는 “100°F(화씨) 더위에 7시간씩 줄을 서서 300갤런 물탱크 5개를 채운다”라며 “기름값과 시간을 감안해 이웃에게 200달러를 받고 배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허리케인이 와서 저수지가 좀 차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산업 성장과 환경 한계의 충돌

코퍼스 크리스티는 지난 10년 동안 산업투자 574억 달러를 유치하며 텍사스 남부의 ‘에너지 허브’로 부상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 팽창이 물 공급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값싼 에너지를 가진 곳이지만, 이제 물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라고 말했다.

결국 ‘에너지 중심지의 물 부족’은 코퍼스 크리스티뿐 아니라 산업 구조가 유사한 미국 남부 전역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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