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전 실적 부진, 위기대응 연계·첨단산업 중심 재설계 필요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이 시행 20년을 맞았지만, 수도권 기업 이전 유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13일 공개된 국회 제출 자료와 최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흐름을 보면, 제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지원 구조 개편과 현장 수요 맞춤형 설계가 요구된다.
◆ 지원 건수 감소, 수도권 이전 ‘제자리’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위 원내 간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건수는 2020년 72건에서 2024년 54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8월 말 기준 23건으로 연말까지 약 50건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최근 6년간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이유로 지급된 보조금은 18건에 불과해 핵심 목적 달성에 한계가 드러났다. 지역별로는 전남·광주·대구·울산·경북에서 수도권 이전 실적이 전무했다.
보조금 집행이 지방 기업의 신·증설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분산 효과가 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를 위해 ‘5극 3특’ 전략을 추진 중이지만, 현 제도만으로는 기업의 이전 결정을 견인하기에 유인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현장의 기업들은 인력 확보, 물류비, 공급망 안정성 등 구조적 변수 때문에 단순 재정지원으로는 이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0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져 제도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지원의 양적 축소뿐 아니라, 수도권 이전 실적 자체가 멈춰 선 점은 정책 목표와의 괴리를 보여준다. 이는 보조금 항목 설계가 현장 수요보다 제도 틀에 맞춰진 결과라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 산업위기 지역과의 결합, ‘위기→전환’ 모형 시험대
일부 지자체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통해 보조금 실효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달 초 광양시 지정을 신청하며, 지정 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국비 보조율 상향과 긴급경영안정자금 우대를 기대하고 있다. 철강 편중 산업 구조로 인한 매출·생산 둔화, 청년층 유출과 상권 침체가 동시 진행되는 지역에서 재정지원의 파급력을 키우는 장치로 제도를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충남 서산시는 지정 이후 중소기업 입지 보조금을 50%, 설비 보조금을 25% 이내로 확대하는 등 실질 지원을 본격화했다. 석유화학 밸류체인 전반의 고용·매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전·신증설의 비용 장벽을 낮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금융·보증 프로그램, 시제품 제작·마케팅 지원까지 묶어 기업의 투자 결정을 뒷받침하는 방식도 병행된다.
다만 ‘위기대응형’ 보정이 장기적 산업전환으로 이어지려면, 보조금이 단순 집행에 그치지 않도록 성과 관리와 사업 구조 전환을 연계해야 한다. 지역별로 핵심 산업과 연계한 맞춤 패키지가 작동할 때 투자 유인이 지속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지정제도와 보조금의 정합성 확보가 관건이다.
◆ 정책 취지와 현장 괴리, 구조적 병목 풀어야
제도 취지는 수도권 분산과 지역 일자리 창출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방 중소기업의 신·증설 지원이 주류가 됐다. 인력·주거·교육 등 생활 인프라와 물류망, 협력 생태계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수도권 본사·핵심 공정의 지방 이전은 쉽지 않다. 기업은 이전 이후의 운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따지는데, 기술인력 유입과 동반 산업집적이 담보되지 않으면 보조금만으로는 의사결정을 바꾸기 어렵다.
또 지방 산업단지의 고도화·디지털 인프라 확충은 속도전이 요구되지만, 개별 지자체의 재정 여력과 사업 기획 역량 차이로 실행 격차가 발생한다. 동일 제도라도 지역마다 성과가 엇갈리는 이유다. 동일 업종 내 대기업·중견·중소 간 투자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 ‘획일적’ 인센티브로는 타깃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보조금 체계만으론 한계가 명확하다. 인력양성(대학·폴리텍), 주거·교육 여건, 공공·민간 연구소와의 연계, 산단 재설계, 통합 물류·R&D 지원까지 엮는 ‘패키지’가 필요하다. 수도권 이전 유인을 높이는 별도 트랙과, 지역 내 증설·전환을 지원하는 트랙을 명확히 분리해 성과 관리를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다.
◆ 개편 방향, 첨단산업 중심 성과연동 제도 추진
정부는 올해 초 확정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산업 전환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조금 제도를 첨단·전환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연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산업위기 대응과 신산업 유치, 첨단산업 이전 등 목적별 세분화다.
정책안에 따르면 수도권 이전 트랙은 법인세 감면·입지 가점을 확대하고, 고급인력 이전·동반 협력사 고용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한다. 지역 내 증설 트랙은 생산성 향상과 녹색·디지털 전환, 기술 내재화 수준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성과연동형 구조는 보조금의 단기성 문제를 줄이고,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제도 개편과 함께 산업단지 재편, 기술인재 육성, R&D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 종합 지원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의 정책 목적이 분명해질 수 있도록 산업 구조별 세분화와 지역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며 “성과 평가를 통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지방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 요약: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시행 20년 만에 수도권 기업 이전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위기 대응 지역 등 일부 지자체가 제도 효율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정부는 첨단산업 중심의 성과연동형 구조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 구조별 맞춤 지원과 지역별 차등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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