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 사태, 왜 반복되나

김영 기자

외교·수사 공조 부재가 구조 지연 불러…범정부 대응 체계 시급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잇따라 납치·감금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외교·수사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피해자 규모가 수백 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정부 대응은 여전히 사후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해외 취업사기와 조직범죄가 결합한 신종 범죄 양상 속에서, 제도적 대응체계의 근본적 재정비가 요구된다.

조현 장관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피해 규모, 얼마나 심각한가

13일 대통령실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에 감금된 한국인 수는 최소 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윤후덕 의원은 “현지 형무소에는 68명의 한국인이 구금돼 있으며,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붙잡힌 사람까지 포함하면 5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 실종·감금뿐 아니라 폭행, 갈취, 사기, 강제노동 등이 결합된 복합 범죄로 분류된다.

경찰청은 외교부로부터 최근 486건의 실종·납치 신고를 이첩받아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이 중 일부는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으며, 실제로 피해자 가족이 3천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송금한 사례도 보고됐다. 경찰청은 “캄보디아 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협의 중이며, 현지 경찰과 공조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올해 9월 기준, 동남아 지역 내 한국인 범죄피해 신고가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OECD ‘해외 범죄피해자 보호정책 비교보고서(2024)’도 한국의 해외 국민보호 제도를 “사건 대응 중심으로 편중돼 예방 시스템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는 어떤 대응에 나섰나

대통령실은 13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감금된 국민의 송환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범법행위 여부는 국내 수사에서 규명하되, 인도적 차원에서 신속한 송환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프놈펜 주재 대사관을 중심으로 코리안 데스크를 확대 배치하고, 경찰청은 현지 경찰청과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직접 만나 강력 대응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22일 현지에서 국정감사를 열 예정이다. 외통위 김기웅 의원은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인식 수준과 수사 진척도를 직접 확인하겠다”며 “재외공관의 실질적 대응역량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구조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사건 초기의 정보공유 지연과 현지 수사인력 부족을 구조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외교안보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불법감금 대응은 외교부·경찰청 간 역할 구분이 불명확하고, 현지 공관의 대응 매뉴얼이 미비하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범죄조직의 활동 범위를 인지하고 있으나, 인신매매·보이스피싱이 복합된 형태의 범죄는 수사권이 분산돼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현지 법집행이 느슨하고, 수사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한국 내 부처 간 협조가 미흡해 구조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위치 정보와 송금 경로를 조기에 파악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내년 상반기까지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논란의 그늘

캄보디아에서 발견된 20대 여성 실종자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실제 범죄조직의 ‘유인책’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해당 여성이 조직의 인력 모집에 가담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 중이다.

현지에서는 일부 피해자가 높은 급여를 미끼로 범죄조직에 자발적으로 합류한 뒤, 조직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현지 한인회 관계자는 “구조 요청 후 다시 재입국하는 사례도 있다”며 “범죄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처벌 회피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자 전체를 공범으로 보는 시각에 경계심을 보인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폭행과 협박 등 강압적 상황에서 가담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범죄 혐의를 따지기 이전에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범죄 연루 여부와 무관하게 인신 보호·송환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제도 개선,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는 내년 초까지 ‘해외범죄 통합 대응 플랫폼’을 구축해 외교부·경찰청·국정원 간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와의 데이터 협력을 확대하고, 해외 공관의 범죄 분석 전문인력을 2배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 해외 취업 중개 플랫폼의 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고용노동부 2025년 1월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내 ‘해외취업정보 인증제’가 신설돼 현지 구인광고 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다.

OECD ‘국제노동이주 보고서(2023)’는 “국가 간 인력 이동이 늘수록 취약노동자 대상 착취 범죄가 급증한다”며, 회원국에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권고했다. 한국 역시 해당 권고에 따라 해외취업 사기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2025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 요약: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 사태는 외교·수사 공조 부실과 현지 법집행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뒤늦게 송환 및 TF를 가동했지만, 피해자-가해자 논란이 혼선을 키우고 있다.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과 해외취업 관리제 강화가 향후 재발 방지의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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