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개선 이면의 질적 부진, 경기 회복의 착시 우려
9월 취업자가 31만명 늘며 19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지만, 일자리의 질과 지속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정책의 긍정 효과를 강조했으나, 청년층 고용 감소와 단기 일자리 중심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통계 개선이 실질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소비쿠폰이 견인한 고용 반등
17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1만2천명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쿠폰 지급과 추석 특수를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민생회복 쿠폰 정책이 서비스업 고용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소매업 취업자가 2만8천명, 숙박·음식점업이 2만6천명 늘며 내수 서비스 중심의 회복세가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카드 승인액과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 2025년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1로 기준선(100)을 웃돌았다. 서비스업과 내수 중심의 고용 개선은 상반기 부진을 벗어나려는 경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이를 “민간소비 회복의 초기 징후”로 평가했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OECD 2024년 ‘소비활동과 고용 관계 보고서’는 재정정책 기반 소비 확대가 단기적으로 고용에 기여하더라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기업투자 없이 장기적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이번 고용 증가도 같은 맥락에서 단기적 소비 진작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단기 일자리 집중, 구조적 개선은 미흡
상용근로자 증가 폭은 전달보다 줄고, 임시·일용직이 늘어난 점은 고용의 질적 한계를 보여준다. 제조업 취업자는 15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건설업 취업자도 8만4천명 줄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4만6천명 감소해 1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OECD 2024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청년층 고용률 정체를 주요 리스크로 지적한 내용과 일치한다.
한국노동연구원 2025년 2월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는 정부 재정 일자리의 60% 이상이 6개월 미만 단기 근로 형태로, 안정적인 고용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정 의존형 일자리는 통계상 취업자 수를 늘리지만, 노동시장 내 지속 가능한 근로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ILO(국제노동기구) 2024년 ‘세계고용동향 보고서’는 비정규직 비중이 높을수록 경기 하락기에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악화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 임시·일용직이 전체 취업자의 34%에 달해, 경기 둔화 시 노동시장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일자리 중심의 정책은 취업 통계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고용 구조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 경기 회복 신호인가 착시인가
기획재정부는 10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생산·소비 등 주요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학계는 이러한 낙관론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 증가의 상당 부분이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으며, 제조업·수출 부문의 침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2025년 9월 ‘경제동향 보고서’는 고용 개선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와 수출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IMF 2025년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역시 재정 의존형 성장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고용 창출 효과가 민간투자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경기 반등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가 생산성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는 한, 고용 개선의 지속성이 낮다고 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8월 발표한 ‘한국경제 수정전망’에서 “서비스업 고용이 경기 사이클에 취약해, 정책 효과가 사라질 경우 고용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청년층·지역 간 격차, 포용성 성장의 과제
청년층 고용 부진과 지역 간 일자리 격차는 장기적 구조 문제로 남아 있다.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낮아졌으며, 비경제활동인구는 1,600만9천명에 달했다. ‘쉬었음’ 인구는 252만명으로, 그중 청년층이 40만명을 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중심의 고용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
OECD와 KDI는 2024년 보고서에서 산업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역별 청년 일자리 지원,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지방산업의 일자리 질 제고가 포용적 성장의 관건으로 꼽혔다. 정부도 고용서비스 혁신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청년 고용 격차는 여전히 크다. OECD 평균 청년 고용률은 58% 수준으로,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일본은 청년층 정규직 비중 확대를 위한 정부-기업 협약을 통해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단기 공공일자리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 있어, 지속가능한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
☑️ 요약:
정부는 소비쿠폰 정책으로 9월 고용 증가를 성과로 내세웠지만, 청년층 고용 부진과 단기 일자리 집중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 경기 회복의 착시를 경계하며, 재정 의존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이 필요하다. 포용성 강화와 지역·세대 간 격차 해소가 향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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