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캄보디아 송환자 사태, 드러난 해외범죄 대응 빈틈

김영 기자

기관 간 공조·자금 추적·피해자 보호 모두 미흡…상설 협력체 구축 시급

캄보디아에서 리딩방·로맨스스캠 등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 64명이 송환됐고, 이 중 59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일부는 감금 피해를 진술하면서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복합적 상황이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의 영장 청구 불일치, 해외 공조 지연 등으로 사법 대응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송환된 한국인 구금자
▲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연합뉴스 제공]

◆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송환된 64명 가운데 59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검찰이 1명에 대해 불청구 결정을 내리며 절차 혼선이 생겼다. 일부 피의자들은 현지 조직원들에게 감금·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해 피해자이자 공범이라는 이중적 지위가 확인됐다.

경찰은 충남·경기북부청을 중심으로 로맨스스캠·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 중이며, 전원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구조상 강제 노동·인신매매 정황이 겹쳐, 단순 범죄 송환 이상의 문제로 보고 있다.

법조계는 “송환·수사·기소 체계가 통합되지 않아 동일 사건에서도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며 절차 일원화를 강조한다.

◆ 왜 기관 간 공조에 혼선이 빚어졌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기관 간 분절’이다. 외교부·법무부·경찰청 간 정보 공유 체계가 사건별로 달라 일관된 대응이 어렵다. 서울경찰청은 ‘재외국민 실종·납치·감금 TF’를 신설했지만, 상설 조직이 아닌 임시 대응 수준에 머문다.

특히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이 미국·영국의 제재 대상임에도 국내 금융사의 현지법인을 통해 912억 원이 남아 있는 점은 ‘금융 공조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해당 자금의 제재 가능성을 검토 중이나, 현지 계좌 관리 권한이 달라 신속한 차단이 어렵다.

OECD 2024년 국제부패방지보고서는 “국경 간 자금 이동 범죄는 송환보다 자산 추적이 핵심”이라며, 한국의 사후적 대응 중심 구조를 지적했다.

◆ 피해자 보호 체계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현지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일부 한국인 피의자들은 ‘고수익 일자리’로 속아 스캠단지로 유입된 뒤 여권을 빼앗기고 구금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5년 9월 보고서에서 “동남아 온라인 사기 조직에 연루된 피해자 수가 연간 20만 명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해외 피해자를 신속히 구출하거나 신고할 체계가 없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통한 신고 창구만 운영하지만, 실시간 구조·수사 지원은 미흡하다. 노동부가 추진 중인 ‘재외노동자 긴급신고 플랫폼’도 내년 말 구축 예정으로, 시기적으로 늦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노동·이주 범죄 피해자는 현지 법질서와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현장 대응을 위해 ‘대사관 내 보호관’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앞으로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할까?

정부는 외교·수사·금융 정보를 통합하는 ‘국가 범죄자산 추적센터(가칭)’ 설립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외국의 유로폴-인터폴 연계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각 부처가 공동으로 범죄자금과 수사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또한 국회에서는 형사사법 공조법과 외국인 범죄자 인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하반기 중 ‘해외범죄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AI 기반 번역·통신 감청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현지 수사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제 비교 측면에서는 일본의 ‘재외범죄 특별조치법’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2023년부터 모든 해외 피의자 사건을 도쿄경찰청 국제범죄과가 전담하도록 제도화했다. 한국도 상설 전담조직 설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요약:
캄보디아 송환자 사건은 해외범죄 대응 체계의 분절성과 자금 추적 부재를 드러냈다. 기관 간 공조와 피해자 보호, 금융정보 공유 모두 미흡한 만큼 상설 공조기구 설치와 제도적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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