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연속 금리 인하에도 매파 기조 유지
시장 기대는 ‘조기 완화’보다 ‘신중 모드’로 선회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완화 전환의 신호를 보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의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파월은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물가 압력과 정책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미 국채 금리가 반등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은 신중한 관망세로 돌아섰다.
◆ 연속 금리인하 단행, 완화 기조로의 복귀 신호일까
이번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하며 기준금리를 연 3.75~4.00% 수준으로 낮췄다. 연속 인하는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연준이 고용 둔화와 경기 둔화를 이유로 완화적 기조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2명 중 2명이 반대 의견을 냈고 그 방향도 ‘빅컷(0.5%p 인하)’과 ‘동결’로 엇갈렸다. 이는 연준 내부의 견해차가 뚜렷하다는 신호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큰 폭 인하를 주장했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요구했다. 연준이 한 달 사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것은 고용 하방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로,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몇 달간 고용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년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률은 2024년 대비 둔화세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긴축 사이클 종료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전환이라기보다 조정 국면 진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파월 의장 발언에 긴장 지속…‘매파’ 기조 여전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하며 시장 기대를 냉각시켰다. 이는 CME 페드워치에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하루 만에 91%에서 66%로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0.2% 하락하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대로 상승했다.
파월은 “정책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재차 강조했다. 연준은 동시에 2022년 6월부터 이어진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오는 12월 1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단기 유동성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미 재무부 단기채 발행 증가가 자금시장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9월 보고서에서 “미 단기자금시장 긴축은 글로벌 유동성 경색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QT 종료는 단기적으로는 완화 효과를 주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와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 인플레이션 부담 여전, 정책 전환의 제약 요인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성명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초보다 상승했으며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명시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5% 상승으로 목표치 2%를 여전히 상회했다.
OECD 2024년 물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제외)은 내년 상반기까지 3%대 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준이 성급한 완화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준의 ‘이중 목표(dual mandate)’인 고용 안정과 물가 안정 간 균형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 노동부는 이달 초 발표한 고용지표에서 실업률이 4.1%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경우 물가 재상승 리스크가, 반대로 중단할 경우 경기 급랭 리스크가 맞물리는 구조다.
◆ 한국은행·국내시장에 미칠 파장
29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76% 오른 4,081.15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은 1,431.7원으로 전날보다 6원 하락해 원화 강세를 보였다. 이는 뉴욕증시 상승과 SK하이닉스 호실적 등 국내 호재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연준의 연속 인하에도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30일 장중에는 투자심리가 다시 관망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완화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11월 금통위에서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금리차는 1.50%포인트로 좁혀졌지만, 원화 강세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 복합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2024년 8월 금융안정보고서도 “국내 가계부채가 여전히 고위험 구간에 있으며, 급격한 금리 역전은 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연내 108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증시는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으나, 연말까지는 반도체·제조업 중심의 실적 모멘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연착륙과 불확실성 사이의 긴 줄다리기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12월 추가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보다 인플레이션 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IMF와 OECD 모두 내년 상반기 미국 성장률을 1.8%로 예상하며,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러나 연준 내부의 이견과 파월 의장의 신중한 태도는 불확실성의 상징이 되고 있다.
연준이 QT 종료로 단기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더라도, 실질금리 수준이 여전히 제약 요인으로 남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연준워처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4%가 “2026년 이전 완전한 완화 전환은 어렵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환율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조정 리스크가 겹치며, 통화정책은 ‘신중 완화’ 기조로 이어질 전망이다.
☑️ 요약:
미 연준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인하했지만,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은 섣부른 완화 기대를 접었다. 물가 압력과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QT 종료는 단기 유동성 완화를 유도하겠지만, 장기적 완화 전환은 제약적이다. 국내에서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한은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환율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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