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 증가, 청소년 4명 중 1명 ‘심리 위험군’
청소년 정신건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계 단절과 학업 압박이 겹치며 우울·불안 증상이 확산됐고, 사회·가정·학교의 대응 한계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단기 치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예방과 회복 중심의 공공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왜 청소년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나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우울증 환자는 47% 늘어 2024년 110만 명을 넘어섰다. 조울증 환자도 같은 기간 46% 증가해 13만9천 명 수준에 이르렀다. 두 질환의 연간 진료비는 9천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10세 미만 아동의 조울증 환자는 4배, 우울증은 2배 이상 급증했다.
여성 비율은 전체의 65%를 차지했고, 10~20대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김미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은 “청년·여성 중심의 정신건강 악화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선제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2024년 발표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7.3%, 우울감 경험률은 26.0%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대비 각각 4.6%포인트, 6.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4명 중 1명이 심리적 위험군에 속한다”고 진단한다.
◆ 불안과 우울, 어떤 사회적 요인이 작용했나
OECD 2024년 ‘청소년 웰빙 보고서’는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를 회원국 평균 대비 30% 낮게 평가했다. 경쟁 중심 교육 구조, 학업 부담, 가족 소통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SNS와 온라인 비교문화가 청소년 자아인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SNS 이용시간이 하루 3시간 이상인 학생일수록 우울감 위험이 1.8배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비교심리와 외모 불안, 관계 피로가 정신건강 악화의 직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학교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서는 청소년의 62%가 ‘미래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취업·학업 경쟁, 가정 경제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심리적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현장 대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보건복지부가 2024년 말 발표한 ‘정신건강복지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267곳이지만 청소년 전담 인력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복지부 ‘정신건강증진 종합계획(2024~2028)’상 청소년 관련 예산 비중은 7.3%로, OECD 평균(12.5%)에 크게 못 미친다.
학교 현장에서도 인력난이 심각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중·고교의 전문상담교사 1인당 학생 수는 693명으로, OECD 평균(350명)의 두 배 수준이다. 지역별 예산 격차로 상담 서비스 접근성 차이도 커지고 있다.
보호 종료 이후 사회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정신건강 진료는 최근 5년간 30% 증가했다. 국회 김선민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진료 인원은 898명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보호 체계 종료 후 심리 지원이 단절되는 현실이 원인으로 꼽힌다.
◆ 정부의 정책 확대, 실효성은 충분한가
정부는 내년부터 학교 기반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전국 확대하고, 교육부·복지부 공동으로 ‘정신건강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2025년 예산안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15.6% 증액해 거점센터 확대와 상담인력 충원에 나선다.
교육부는 2024년 시범 운영한 ‘온라인 심리상담 플랫폼’을 내년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학부모·교사 대상 심리교육도 확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 확대만으로는 지역 간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OECD는 2024년 보고서에서 “정신건강 정책은 인력 확충·지자체 재정 균형이 병행돼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는 7.4명으로 OECD 평균(18.5명)의 40% 수준이다.
◆ 어떤 제도적 전환이 필요한가
전문가들은 청소년 정신건강을 복지 차원이 아닌 공공보건의 핵심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OECD 2024년 ‘공공보건 혁신보고서’는 “정신건강은 신체 건강과 동등한 국가적 과제”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정책의 초점은 위기 대응보다 예방과 회복력 강화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월 제안서를 통해 “학교·지역사회·가정이 연계된 ‘청소년 정신건강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복지·교육이 통합된 다부처 연계 모델이 마련돼야만 조기 개입과 장기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책임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을 개인의 약점이 아닌 사회 구조의 결과로 인식해야 한다”며 “청소년 세대의 회복력은 곧 국가의 지속가능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 요약:
청소년 정신질환이 6년 새 급증하면서 사회적 경고음이 커졌다. 2024년 기준 청소년의 4명 중 1명이 우울·불안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부의 예산 확대에도 지역·인력 격차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정신건강을 공공보건 핵심 과제로 격상해, 예방 중심의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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