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외교 재가동으로 관계 정상화…역사·안보 현안은 여전히 불씨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30일 개최되며, 양국 관계 복원의 상징적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첫 대면 자리에서 협력 강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사와 안보 등 뿌리 깊은 갈등이 남아 있어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9일 만에 성사된 첫 정상 대면으로, 경제·안보·인적 교류 등 다층적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신에너지 등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외교부가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공급망 안정화, 청년 인재 교류, 기후 기술 협력 등을 공동 과제로 설정했다. 최근 미·중 경쟁 심화 속에 기술 주권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산업 협력을 통한 상호 의존 구조 강화가 공통된 이해로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에서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이웃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실질적인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안정적 관계 구축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회담은 상징적 화합을 넘어 실무 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와 안보, 사회 전반에서 실질적 협력 논의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양국 관계 복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회담은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셔틀외교’의 복원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외교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정상 간 상호 방문이 정례화되고, 장관급 회담 재개가 추진된 것은 한일 관계 정상화의 실질적 출발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기자단에 “양국 간 신뢰를 다시 세워가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일본 외무성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협력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갈등 관리와 실익 중심 외교의 병행’으로 해석한다. 그간 경색된 양국 관계가 외교적 실용주의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담을 통해 협력 복원의 의지를 확인한 것은 향후 제도적 대화 복원의 신호탄이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징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질적 합의와 구체적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신뢰 회복의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남은 쟁점과 불안 요인은 무엇인가?
양국은 협력 복원을 선언했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방위협력 체계 등 주요 현안이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두 정상 모두 “문제는 문제대로, 과제는 과제대로 풀어가자”는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정치 상황도 변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였지만, 자민당 내 강경파가 다시 목소리를 높일 경우 협력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여론조사에서도 역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응답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국제정치학회 2024년 연례보고서는 “한일 관계는 국내 정치와 여론의 영향력이 커서 정상 간 합의가 제도적 장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협력 확대가 미·중 갈등 구도와 맞물릴 경우, 양국 모두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이처럼 실질적 협력의 진전은 국내 정치 리스크 관리와 직결된다. 양국 모두 내년 상반기 예산 및 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어, 외교 현안의 정치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
◆ 향후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한일 양국은 연내 장관급 경제협의체 재가동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기후·AI·에너지 등 신산업 협력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 연구개발(R&D) 협약 체결을 검토 중이며, 일본 정부는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한일 비즈니스 포럼을 준비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자 분석에서 “양국이 역사 갈등보다 실익 중심의 협력을 택한 것은 미·중 경쟁 속에서 경제안보를 확보하려는 공통된 필요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제무대에서도 협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질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내년 상반기 ‘한일관계 발전 로드맵’을 발표해 협력 과제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정권 교체나 정세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민간 교류 확대도 과제다. 청년 교류, 문화산업 협력, 관광 회복 등 일상적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상호 이해가 깊어지고 정치적 불신이 완화될 수 있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외교와 경제, 시민 교류가 병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 요약:
경주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셔틀외교 재가동을 계기로 협력 복원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양국은 기술·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과거사·안보 문제 등 민감한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제도적 합의와 민간 교류 확대가 병행돼야 진정한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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