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퇴직연금 주택 활용 확대, 자산 형성 전략 달라질까

윤근일 기자

대출 규제 속 노후자금 주거 전환 가속

주택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퇴직연금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후자금까지 동원하는 흐름이 나타나며, 가계 자산 구조와 연금 제도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아파트
▲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제공]

◆ 퇴직연금 중도인출, 주택 구입이 절반 넘어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6만7천 명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인출 금액도 3조 원으로 12.1% 증가해 2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도인출 사유 가운데 주택 구입 비중은 56.5%로 가장 높았다. 전년보다 3.8%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퇴직연금 중도인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 마련에 사용된 셈이다.

주택 구입 목적 중도인출 인원은 3만8천 명, 금액은 1조8천억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거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면서 연금 자산이 주택 자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 대출 규제 강화가 만든 연금 자금 이동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은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은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DSR 규제 등으로 추가 차입 여력이 제한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퇴직연금이 보완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는 주거임차 목적이 많았고, 그 외 연령대에서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인출 비중이 높았다. 생애주기 전반에서 퇴직연금이 주거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퇴직연금이 ‘노후 대비 자산’에서 ‘가계 유동성 자산’으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 노후 소득 기반 약화 우려도 병존

퇴직연금을 주택에 투입하면 단기적으로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연금 자산이 줄어들면서 은퇴 이후 현금 흐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층의 주요 소득원 가운데 공적·사적 연금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금 자산 감소는 노후 빈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자산 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시장 변동성에 따라 노후 자산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남는다.

◆ 연금 운용 구조 변화와 정책적 과제

퇴직연금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비중이 줄고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실적배당형 비중이 늘어나는 변화도 나타났다. 수익률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화되면서 연금 운용 방식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4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적했듯,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편중될 경우 경기 변동 시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연금 자산의 주택 전환 역시 이 같은 구조적 위험과 맞닿아 있다.

OECD 2023년 연금전망 보고서에서도 연금 중도인출은 단기 유동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 노후 소득을 약화시킬 수 있어 제한적·보완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요약:
 퇴직연금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며 가계 자산 전략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 속에서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노후 소득 기반 약화라는 장기적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연금의 유동성 활용과 노후 보장 기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적·전략적 점검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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