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美 봉쇄에 베네수엘라 원유 암시장 붕괴 위기

장선희 기자

-잠재적 손실, 연간 약 80억 달러 규모의 석유 수입

-전체 수출의 약 70%가 제재 대상 선박을 통해 진행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불법 원유 수출망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수년간 지속된 ‘그림자 원유시장’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수법을 모방해 제재를 회피해온 마두로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부분적 석유 봉쇄’를 선포하며, 이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오른 선박들에 대해 해군이 직접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이를 “정상적 해운을 허용하되, 제재 회피 선박만 격리하는 일종의 검역”이라 표현했다.

▲ 美 해군의 실질적 단속, 수출량 70% 급감 전망

이번 조치의 핵심은 제재 대상 선박 네트워크 차단이다.

이 선박들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약 70%를 담당하며, 대부분 아시아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결제를 통해 에너지를 판매해 왔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는 “해당 네트워크 차단 시 연간 약 80억 달러의 수입이 증발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미 지난주 미 해군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190만 배럴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유조선 ‘스키퍼(Skipper)’호를 압류하자, 제재 대상 선박들이 미 이미 항로를 변경하거나 카리브해에서 회항 중이다.

▲ ‘봉쇄’ 아닌 ‘검역’, 그러나 국지적 군사행동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봉쇄”라 불렀지만, 미국 관리들은 국제법상 ‘봉쇄’는 전쟁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검역’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미 해군의 구축함 11척이 카리브해에 투입된 상황에서, 사실상 군사력이 직접 제재를 집행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셈이다.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위치 추적 장치(트랜스폰더)를 끄거나, 해상에서 짐을 옮기는 ‘선박 간 환적(STS)’, 가짜 국기 게양 등의 수법으로 제재를 피해왔다.

이란에서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유조선 ‘벨라 1'호가 갑자기 유턴을 하거나, 중국으로 향하려던 ‘스타 트윙클 6’호가 바다 위를 배회하는 등 시장의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조선 운영자들은 고용된 인력일 뿐이기에 미 해군의 검문에 물리적으로 저항할 동기가 없다”며 미국의 격리 조치가 실질적인 수출 차단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AFP/연합뉴스 제공]

▲ 베네수엘라의 ‘그림자 선단’ 전략, 한계 직면

베네수엘라는 지난 10여 년간 이란과 러시아가 사용한 방식과 유사한 ‘그림자 선단’을 운영해왔다.

900여 척의 노후 유조선이 위장 국적을 사용하고, 송신기를 끄거나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원유 출처를 숨기는 구조다.

이러한 음성 거래로 공식 제재를 우회해왔지만, 미국의 군사 단속 강화로 선박 운영사들이 위험부담을 인식하며 발길을 돌리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 마두로 정권, ‘주권 침해’ 비판 속 경제 충격 불가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미국의 조치를 “정부 전복과 자원 약탈 시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미국이 선박 한 척을 실제로 압류하고, 베네수엘라 해군이 미 해군과 맞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마두로 정권의 사적 재정과 정치 운영 자금 대부분이 원유 수출로 조달된다는 점에서, 수입 차단은 곧 정권 안정성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 경제 붕괴 우려.…고물가·식량난 악화 가능성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내년 인플레이션율이 700%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해상 검역을 본격화하면 외화 유입이 급감해 식량·연료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수입 의존형 경제 구조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때 하루 350만 배럴을 생산하던 베네수엘라는 현재 9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현재 미국 제재에서 예외를 받은 셰브론만이 소규모로 합법적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 이란·러시아와 달리, 군사력과 외교력 부재의 약점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과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력·외교력을 기반으로 제한적 저항이 가능하지만, 베네수엘라는 그러한 수단이 없다.

경제적 의존도는 높고, 자국 해군 전력은 미 해군의 카리브 작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만약 강력한 제재 집행이 지속되면 정권 내부 균열이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그림자 경제’ 붕괴가 불러올 지정학적 충격

베네수엘라의 불법 원유 네트워크는 그간 글로벌 제재망을 우회하는 실질적 모델로 작동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강경 제재는 라틴아메리카 전반의 에너지 지형뿐 아니라, 이란·러시아 등 제재국 간 비공식 원유 거래망에도 도미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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