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외환당국 구두개입 이후, 환율 변동성 진정됐나

윤근일 기자

급락은 있었지만 구조적 불안은 여전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 부근까지 치솟던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 발언이 나오자 장중 급락세로 전환됐다. 단기 과열은 진정되는 모습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추세적 안정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흐름을 단기 반응과 중기 구조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
▲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4.9원으로 출발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1,46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연합뉴스 제공]

◆ 구두개입 직후 환율 급락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하며 연고점을 위협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고강도 메시지가 전달되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오전 9시45분 기준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23.2원 내린 1,460.4원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 1,458.6원까지 내려오며 단기 급락 흐름을 보였다. 전날까지 이틀 연속 1,480원을 웃돌며 마감했던 점을 감안하면, 낙폭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급락은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시장 개장 직후 공동으로 발표한 메시지가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두 당국자는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한 경계 신호를 보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표현은 실질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되며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 단기 과열 진정 효과는 확인

연말을 앞두고 수입업체 결제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고, 매도 물량은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4월 초 이후 8개월여 만의 고점을 다시 위협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당국의 구두개입은 투기적 쏠림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에 대한 경계 심리를 자극하며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외환당국은 최근 선물환 포지션 제도 조정,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완화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번 발언 역시 이런 정책 흐름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실제 달러 매도 없이 발언만으로 환율 흐름을 장기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단기 효과와 중기 흐름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글로벌 달러 흐름과의 괴리

원화 약세의 구조적 배경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약화됐다.

달러화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97선 부근을 유지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위험선호 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달러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다.

엔화 역시 달러 대비 157엔을 넘어서는 약세를 보이다가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 언급 이후 방향을 틀었다. 주요국 통화 전반이 달러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글로벌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 구두개입만으로 환율을 추세적으로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기 환율 안정의 관건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확대 가능성, 외환 수급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정책 조합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환 헤지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는 점도 시장의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발언과 정책 수단이 얼마나 일관되게 이어질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구두개입이 반복될 경우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도 관리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구두개입은 단기 변동성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 수단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의 중기 안정 여부는 미국 통화정책 경로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그리고 외환당국의 정책 실행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요약: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 이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원 넘게 급락하며 단기 과열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구조적 요인이 남아 있어 변동성 위험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환율 안정은 당국의 정책 신호 지속성과 대외 여건 변화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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