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종합>5억원 이하 1개월 연체자도 사전 채무조정

다음달 13일부터 일년 간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단기채무자를 대상으로 사전 채무조정제도(프리 워크아웃)가 시행된다.

경기침체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다수의 단기연체자가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선제 대응 나선 것. 지금까지는 3개월 이상 연체자에 대해서만 채무재조정을 실시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단기ㆍ다중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못해 더 큰 리스크를 떠안기 전에 한시적(2009년 4월13일~2010년 4월12일)으로 사전 채무조정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하강 속도 빨라…"채불자 막아라"

10여년 전 IMF외환위기 당시에도 도입되지 않았던 단기채무자에 대한 사전 채무조정이 도입된 이유는 가계 대출 연체율이 전 금융권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등 부실징후가 여러군데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0.53%였으나 6개월만에 0.60%로 상승했고, 저축은행의 경우 동기간에 12.98%에서 14.78%로 큰 폭 증가했다. 여신전문사는 작년 6월 말 4.05%였으나 연말에는 5.20%로 상승했다.

이처럼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돼 이를 방치할 경우 단기연체자 상당수가 채무불이행자(채불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채불자로 등록되면 전 금융권의 정보공유로 신규대출의 통로가 사실상 차단되고 채무를 모두 갚더라도 최장 5년동안 연체기록이 남아있게 돼 개인 신용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단기연체자가 채불자로 바뀌어 실물경제가 추가 악화되기 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악용사례 막기 위해 요건 엄격

이번 채무조정은 원칙적으로 30일 초과~90일 미만 기간 동안 연체된 5억 원 이하의 채무다. 여러 금융기관에 걸쳐 있는 채무 중 1개 이상 채무가 연체대상이면 전체 채무를 대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무담보 채무는 물론 담보 채무도 조정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고의로 연체하는 등 지원자들에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적용기준을 엄격하게 집행할 방침이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고의연체 등 악용될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지원 대상에 4가지 조건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사전 채무재조정을 신청하기 6개월 전에 신규 발생한 채무액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안 된다.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위해 미리 돈을 많이 빌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또 자기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부채상환비율, DTI)이 30%이상으로 자기 소득만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하며, 주택을 포함한 보유자산가액이 6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이밖에도 실업이나 폐업, 소득감소 등으로 사전 채무조정 지원없이는 정상 상환이 어렵다고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인정해야 한다. 지원자가 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실제 채무조정 받을 수 있다.

채무자의 상환 스케줄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되 신청횟수는 1회로 제한된다.

금융위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단기연체자가 총 30만 명이지만, 각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대상자는 10만 명 정도에 이른 것으로 파악했다.

◇이자 면제 및 완화, 원금 감면은 없어

지원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채무조정이고 다른 하나는 채무상환을 유예하는 것이다.

채무조정의 경우 연체이자를 면제해주고 정규이자 부담을 완화(정상이자율의 70%수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담보 채권은 최장 10년간, 담보채권은 최대 20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므로 해당 기간동안 나눠서 갚으면 된다.

채무상환 유예는 채무조정을 통해 지원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경우 신용회복위원회가 판단해 최장 1년까지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6개월 단위로 두 번 정도 연장할 수 있는데 상환유예 기간에는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이자는 일률적으로 3%정도 적용된다.

◇신복위가 채권단 동의 얻어 채무조정

실제 지원은 신복위가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담보채권은 채권금융회사들의 2/3이상이 동의해야 하며 무담보채권은 절반 이상 동의해야 한다.

김 국장은 “이번 선제 채무조정을 통해 채불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금융사는 채무조정을 통해 연체채권이 줄어 건전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신복위는 이를 위해 3월 중 금융기관과 ‘신용회복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신용회복위원회(전화번호 1600-5500)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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