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외환당국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500원대까지 급등하자 적극적인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으나 최근 급락장에서는 눈에 띄는 개입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부담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환율 흐름 자체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시장 개입 때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환율이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 당국이 지금과 같은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국, 환율 급락 방지에 초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55원 가까이 급락하며 25일 기준 1,185.90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환율 수준은 지난해 9월 26일 1,160.50원 이후 가장 낮다.
최근 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 국내 경기 회복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경상수지 흑자 기조, 은행·공기업들의 외화차입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외환시장이 달러 가뭄에 시달렸다면 지금은 달러 풍년인 셈이다.
당국은 그러나 급락 장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날에도 당국은 4억~5억 달러 정도를 개입 목적으로 매수했고 환율은 전날보다 10원가량 급락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환율 움직임을 그래프로 보면 계단식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이는 당국이 환율의 급락을 막는 수준에서 개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고강도 개입과 잦은 구두개입에 나섰던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인 셈이다.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은 "정부가 이전처럼 드러내놓고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두면서 속도조절 정도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입 실익.여력 없어"
전문가들은 당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시장개입의 실익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실장은 "지금과 같은 달러 약세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10억~20억 달러 정도의 개입을 한다고 해도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며 "당국도 개입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굳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시중에 풀린 달러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환율 급락을 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당국은 이번 위기 때 시중에 공급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과 외화대출 등을 대부분 회수했다.
환율 수준도 아직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뿐 아니라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환율 하락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며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 수출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개입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가뜩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들이면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이 경우 유동성 환수를 위해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늘려야 한다. 지난 8월말 현재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160조5천872억 원으로 지난해 8월의 137조9천500억 원보다 22조6천372억 원이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유동성이 풍부한데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를 풀고 그것을 통안채로 흡수하려면 금리 상승 압력을 받는다"면서 "이렇게 되면 조달비용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11월 한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시장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했다.
◇"환율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질 듯"
이에 따라 환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환율 개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미세조정 이상으로 개입하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국제 신인도가 저하될 수 있다"며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연중 1,100원대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가면 당국도 적극적인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실장은 "정부가 지금은 구두개입 정도로 하다가 환율이 1,150원으로 내려가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며 "연내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면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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