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국형원전 첫 수출..'기술+외교' 승리

국가브랜드 제고, 쏘나타 '200만대 수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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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첫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ㆍ건설ㆍ운영하는 기술력은 공학기술의 총아라고 할 만큼 기술과 지식이 집약된 첨단 분야여서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은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우리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전수한 선진국과의 경쟁을 뚫고 수주에 성공해 과학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력이 뒷받침된 쾌거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원자력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 원자력 기술은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했던 중점 과제였다.

우리나라는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을 시작으로 1958년 원자력법을 제정해 원자력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초기엔 미국과 프랑스 등 선점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전해주는 기술을 배우는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꾸준한 원자력 기술 육성정책과 우수한 두뇌 양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급성장했고, 마침내 원자력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설계부터 가동까지 `원스톱'으로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원자력 발전은 원리가 되는 핵물리학뿐 아니라 기계, 전자, 전기 등 공학의 전 분야를 망라한 200만 개의 기기가 빈틈없이 맞물려야 정상 운전되는 첨단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는 것은 그 나라 공학의 전 분야가 골고루 성숙했다는 방증이기도 한 셈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원전은 수십 년간 운용되고, 한 나라 산업 기반이라는 점에서 수입하는 처지에선 가격 차이보다는 결국 기술력을 보고 입찰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앞으로 세계적인 원전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열릴 텐데 이제 우리도 그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력의 승리 = 우리나라의 첫 원전 수출국이 된 UAE는 공교롭게도 우리에게 `아픈' 기억이 있는 나라다.

올해 초 수년간 공을 들인 고등훈련기 T-50 입찰 경쟁에서 이탈리아에 밀려 아쉽게 탈락한 곳이 바로 UAE다.

고등훈련기나 원전 수출은 수조∼수십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인데다 수입국의 안보, 산업 인프라와 직결되는 탓에 수출 뒤에도 꾸준한 양국 간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한 민간 업체의 `영업'으로 성사될 사안이 아니다.

이런 대형 국제 입찰이 시작되면 `기술력보다는 국력'이 중요한 평가 요인이 되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이번 UAE 원전 입찰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했던 미국과 프랑스는 모두 UAE에 군사기지가 있을 정도로 경제분야뿐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초 UAE가 원전 유치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UAE를 찾아 정상회담을 하고 원전기술 협력을 맺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출발은 미국, 프랑스보다 늦었지만,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률, 불시 정지율 등 운영능력을 앞세워 관련부처가 긴밀하게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고 말했다.

관련부처 간의 혼선 때문에 쓴맛을 본 것으로 알려졌던 고등훈련기 T-50 수출 실패 사례가 이번 원전 수출 과정에선 `약'이 된 것이다.

◇원전 수출 파급 효과는 = 이번 원전 계약 규모는 직접 건설 비용이 200억 달러, 완공 뒤 운영, 연료봉 공급, 폐기물 시설 등 후속 부문이 200억 달러 등 총 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약 47조원 규모로, NF쏘나타 200만대 또는 30만t급 유조선 360척의 수출 가격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다.

또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인원이 11만 명으로 예상돼 국내의 고급 원자력 관련 기술 인력이 대규모로 UAE로 향할 전망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해외 원전 수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보유한 기술력에 비해 국제적 평가가 절하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수출로 앞으로 30년간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원전 수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 김영학 제2차관은 "지난 5월 3개 컨소시엄이 선정됐을 때 프랑스, 미-일 컨소시엄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었다"며 "당시 원전 수출경험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량적인 효과 외에도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라는 영예를 안게 돼 국제사회에선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한층 더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원유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곳이고, 이란을 제외할 경우 중동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어서 안정적인 외교 관계가 필수적인 국가다.

원전은 수출만으로 끝나는 일반 상품과 달리 운영되는 수십 년간 수입국에 대한 기술 지원과 노하우 전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UAE 양국 간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매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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