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9주기를 맞아 '범현대가(家)' 일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왕자의 난'과 자금난으로 촉발된 현대그룹 사태 이후 10년만에 '범현대가'는 매각됐던 계열사들을 대부분 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되찾지 못한 계열사가 현대건설이다. '범현대가' 중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 부도 이후 10년
1947년 설립된 현대건설은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지난 1970년 모두가 불가능할거라고 했던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그룹의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1조700여억 원에 이르는 이라크에서의 미회수 공사대금이 쌓이는 등 누적된 부실에다 '왕자의 난'으로 대외신뢰도가 떨어져 부도를 맞고 2001년 계열분리돼 채권단의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현대건설은 워크아웃 돌입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면서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2001년 3826억 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이후 흑자로 돌아서 2002년 1954억 원, 2003년 3071억 원, 2004년 3160억 원, 2005년 4362억 원 등으로 점차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 9조2786억 원을 달성, 건설업계 사상 처음으로 매출 9조 원대를 돌파했으며 순이익도 4558억 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지난해 1위를 탈환했으며 UAE원전 프로젝트와 신울진 원전 1·2호기를 잇달아 수주하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다.
◇현대重·현대車 "관심 없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수 의지를 피력한 곳은 현대그룹 한 곳 뿐이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그룹, KCC그룹 등도 잠재적인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현대중공업은 막강한 현금보유력 덕에 그동안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져 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에는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위한 자금을 비축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또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플랜트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현대중공업 측도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그룹내에 현대엠코라는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범현대가 내부에서 마찰이 빚어질 경우에는 정몽구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정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만큼 범현대가의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그룹 "현대건설은 확실한 신성장동력"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며 "언젠가 매각이 시작 될 때 차질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현대가의 정통성을 이어 받겠다는 명분 외에도 그룹의 생존전략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현대상선 외에는 메이저급 계열사가 없고 경기변동의 영향을 쉽게 받는 구조로 돼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 왔고 원전시장에서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의 7.2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도 현대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각전망 안개속
본격적으로 현대건설이 M&A시장에 나올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으로부터 분리된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대우건설 매각을 우선적으로 매듭짓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나 현대건설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전망이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이나 하이닉스 등 정책금융공사의 또 다른 M&A 일정에 따라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유재현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올해 초 "대우건설 매각이 끝나야 현대건설 매각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며 "다른 매물들의 동향을 지켜 보면서 매각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매각대금이 최소 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채권단 지분은 정책금융공사 11.12%, 외환은행 8.72%, 우리은행 7.83% 등 35% 가량이다. 현재 주가를 대입하면 약 2조6500여억 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매각대금은 3조 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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