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현대차 비전선포식 돌연 취소 이유는?

김동렬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향후 10년의 장기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인 '비전2020 선포식'이 돌연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그룹측은 창립 10주년이 되는 1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새로운 10년을 향해 어떻게 도약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장기 비전을 천명할 계획이었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그룹 통합 CI(Corporate Identity) 발표도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행사는 시작 1시간30분 전인 7시30분경 갑작스레 연기됐다. 그룹 관계자는 "최근 대·중소기업 협력 등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데, 자칫 우리끼리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같은 날 오전 11시에 열린 '현대차 협력업체간 공정거래 협약 체결식' 때문으로 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하는 상생 행사보다 그룹 자체 행사가 부각될 것을 우려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수 개월 전부터 두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룹 이름에서 기아가 빠지는 새 CI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하루 전 20년만의 무파업을 선언하며 임단협을 잠정 타결한 기아차 노조를 의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합의안에 대한 노조의 찬반투표는 2일로 예정되어 있다. 새 CI는 'KIA' 마크가 빠지고 파란색 영문으로 'Hyundai Motor Group'이라는 글자만 담고 있어, 노조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시위가 행사의 걸림돌이었을 것이다"고 했다. 사내하청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행사로 인해 그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이날 본사 앞에서는 동희오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종교·정당인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됐다.

또한 이에 앞선 30일 금속노조는 양승석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및 강호돈 부사장, 윤여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등 주요임원 22명과 현대차 울산·전주·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대표자 124명을 근로자파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같은 여러가지 추측들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 때문이 아니다"며 "대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복잡한 소통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확대해석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그는 "(비전 선포식이) 취소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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