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태광그룹, 어떤 기업집단인가

정민호 기자

태광그룹의 창업주 이임룡 전 회장(1996년 사망)은 면사무소 서기에서 출발, 그룹의 총수가 됐다.
이 전 회장의 경영은 내실 위주이며 보수성이 특징이다.

이임룡 전 태광그룹 회장은 1921년 1월7일 경북 영일군에서 농사를 짓던 부친 이석식씨와 모친 정막랑씨 사이에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 후 일본에 건너가, 나고야 간조실업학교를 나와 대학진학을 준비중, 부친으로부터 “빨리 귀국해 장가부터 들라”는 엄명을 받고 귀국해 혼례를 올렸다. 그의 나이 22세 때였다.

신부 이선애씨는 한동네 유지로 이회장의 부친과 친분이 두터웠던 이동섭씨의 맏딸이다. 전 민주당 대표위원인 이기택씨와 이회장 밑에서 일했던 이기화 전 대한화섬 회장은 이선애씨의 남동생들이다.

6.25가 끝난 이듬해 이회장은 부인이 저축한 돈으로 전 삼호그룹 조봉구 회장과 동업, 경남모방이라는 소모방공장을 차려 섬유사업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이회장은 1년도 안돼 조회장과 결별, 부산시 문현동에 낡은 제직기 10대로 태광산업사를 단독 설립했다.
이 회사가 바로 태광의 모체다.

이후 태광은 경제개발과 수출이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아크릴 생산을 선택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아크릴은 경쟁업체가 적은 데다 양모의 대체품으로 수요가 많아 때마침 불어닥친 스웨터수출 붐으로 태광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1970년대 들면서 태광은 동양합섬을 흡수합병, 기반을 다진 후 흥국생명, 대우파일, 대한화섬, 천일사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광진섬유를 설립, 도약기에 접어들었다.

이 회장은 ‘절약이 곧 버는 것’이라는 절약경영과, ‘남의 돈을 빌려 쓰지 않고 번 만큼 투자’하는 실속경영으로 기존업체는 더욱 튼튼하게 키우고 인수한 부실기업은 흑자로 돌렸다.

특히 1985년, 태광은 동래소모방공장 화재로 당시 4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지만, 동래공장의 3천여명의 근로자를 단 한명도 감원하지 않고 외부의 도움 없이 10개월 만에 재기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의 태광그룹 경영 특징은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이 없고 선두주자의 뒤를 쫓아가는 철저한 2등주의 전략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투자를 꺼리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지나가는’ 식의 경영스타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1996년 이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재산과 경영권을 승계한 셋째 아들 이호진 회장은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태광산업 사장을 시작으로, 2004년에 태광그룹 2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및 섬유 전문회사인 태광산업을 모태로 5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40위권 그룹으로 성장했다.
주요 사업분야는 ▲석유화학·섬유, ▲종합금융,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서비스·레저까지 4개로 나눠져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대한화섬 등 석유화학 및 섬유 계열 회사를 중심으로 흥국생명·흥국화재·고려상호저축은행·예가람상호저축은행·흥국증권 등 7개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티브로드한빛방송 등 24개 방송사, 티알엠·한국도서보급 등 용역·서비스 부문 5개사와 시스템통합 회사인 티시스 등도 소유하고 있다.

특히 태광그룹의 케이블방송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지난해 1월 경쟁사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티브로드는 전국 350만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한 시장점유율 22%의 업계 1위 사업자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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