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단독] 현대차그룹, 현대건설·엠코 합병수순 밟나

그룹 인사들 현대건설 입성…조직 장악 후 합병 단행 예상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 가능성을 부인해왔지만, 실제로는 이미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건설의 주총에 상정된 후보들을 보면 현대차그룹은 이미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과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키로 했다고 공고했다. 두 후보 이외에 4명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대한 의안도 함께 상정했다.

◆ 현대건설의 이사 후보들은 누구인가

이번 현대건설 주총에서 선임될 예정인 후보들 중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이정대 후보와 김창희 후보다.

업계에 따르면 사내이사 후보로 올라와 있는 이정대 후보의 경우, 현재 현대차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사다.

2007년 정 회장이 횡령·배임죄 등으로 유죄를 확정 받았을 당시 그룹의 재경총괄본부장을 역임하면서 함께 기소되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지만, 2008년에 특별사면 됐다. 이번 주총에서 선임에 성공할 경우 현대건설의 재무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내이사 후보인 김창희 후보는 현재 현대엠코의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인사이며, 선임되면 현대건설의 총괄 CEO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1982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후 현대자동차써비스에서 임원을 역임했으며, 이후 현대엠코 대표이사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두 후보와 함께 현재 현대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중겸 사장이 현대건설을 이끌 것이다"고 전했다.

이지수 CGCG 연구원은 "이번 주총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확실한 자기 사람들을 현대건설 이사로 선임함으로써 향후 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현대건설을 이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 지배주주일가의 현금화 가능성

이 연구원은 "그룹이 두 개의 건설 계열사를 가질 이유가 없다"며 "합병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시점에 합병할 듯 하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함에 따라 그룹 내에서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두 개의 계열사를 갖게 됐다. 두 회사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이 합병할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현대엠코의 지분은 정의선 부회장이 25.06%, 정몽구 회장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엠코의 순자산가치는 현재 약 4000억원 정도지만, 현대건설과 합병을 하게 된다면 시가총액 7조원 이상의 거대한 회사가 될 수 있다.

▲ 현대엠코 소유구조(2010년 9월30일 현재, 단위:주·%)
▲ 현대엠코 소유구조. 2010년 9월30일 현재, 단위:주·%.

이지수 연구원은 "문제는 합병시점인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계속 부인해왔기 때문에 당장 합병을 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면서도 "먼저 새롭게 그룹에 편입된 현대건설의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난 이후 합병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합병을 단행하기 전까지 그룹에서는 계속해서 현대엠코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며 "지배주주일가 입장에서는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가치를 높여, 향후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계속해서 현대엠코에게 당분간은 사업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그는 "결국 두 회사간의 합병은 향후 여론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의 주가 추이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안정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게 될 시점에 보유 중인 현대엠코 지분을 통해 현금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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