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전 세계에 걸쳐 애플과 소송 전면전을 벌이고 있지만 네덜란드, 독일, 호주 등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가 소송 전략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17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제기한 애플의 3G 제품들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지금까지 소송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3G 이동통신 표준에 관한 특허 외에 3건의 사용자환경(UI)과 관련한 특허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통신특허 외에 UI특허라는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UI특허를 침해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기에, 최종 결정은 일본 법원의 몫이기는 하지만 UI특허침해가 인정돼 판매금지 당한 삼성전자의 제품들처럼 판매금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애플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양사의 소송전은 애플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삼성전자의 ‘3G 통신기술’로 대변되며 소송이 진행되어 왔다. 대부분 애플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에서 우세지만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서 우세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UI특허 공세로 판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애플은 지금까지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과 호주 연방법원에서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의 애플 태블릿PC 아이패드에 대한 디자인 침해를 문제 삼아 승소해 갤럭시탭 10.1을 판매금지시켰고,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에 대한 디자인과 '포토 플러킹'이란 UI특허 침해를 문제 삼아 UI특허만 인정받으면서 역시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금지를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던 삼성전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에 애플이 3G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통신특허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무기라는 평이 일반적이었다. 삼성전자는 1만1500건이 넘는 통신특허를 보유한 반면, 애플은 고작 1000건에 불과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삼성전자의 3G 통신특허 침해와 관련해 "애플이 사용한 삼성의 기술은 유럽 통신표준연구소(ETSI)의 규정상 표준화된 `필수 특허 기술'이어서 누구에게나 이른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RAND : 프랜드) 방식'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하며, 판매금지 대신 기술의 'FRAND(프랜드, fair, reasonable & non-discriminatory)' 조항에 따라 양사가 계속 라이선스 비용에 대해 협상할 것을 명령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3G통신특허를 통해 애플로부터 특허수수료는 받을 수 있지만, 판매금지를 이끌어내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었다. 대부분 이 판결로 인해서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애플을 코너로 몰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특허를 본격적으로 앞세워 애플에 대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날 일본에서 3건의 UI특허 침해를 제기한 것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지난 14일 네덜란드 법원에 제기한 3G통신특허 침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가 UI특허로 특허소송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네덜란드 법원 판결과는 상관이 없다"며 "그동안 문제를 삼지 않은 것일 뿐 우리가 지닌 UI특허도 많아 이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며 판결 이전부터 UI 특허 대응 등 다변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UI 특허를 들고 나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일본 법원에 소장을 내면서 애플에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UI 관련 특허는 ▲비행모드 아이콘 표시 특허 ▲사용자 중심의 홈스크린 공간 활용 특허 ▲앱스토어 카테고리별 트리구조 표시 특허 등 3건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비행모드 아이콘 표시 특허다. ‘비행모드’란 통신기기 사용이 금지되는 비행기 내에서 스위치 하나만 조작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통신 관련 기능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이다. 비행기에서 휴대폰 사용이 금지된 이후 통신기기 대부분에 거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 휴대폰은 비행기 이착륙 시 전원을 끄도록 권고됐지만, 비행모드를 설정하면 이착륙 중에도 전원을 끄지 않아도 되며 계속해서 휴대폰을 통해 음악감상이나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애플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 제품에 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행기 모드 특허는 기기가 비행기 모드로 진입할 때 휴대폰·태블릿PC의 상단에 비행기 모양의 그림을 표시해, 사용자가 ‘환경 설정’ 등의 메뉴에 들어가지 않고도 현재 비행모드가 작동 중인지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비행모드에서는 통신을 제외한 다른 기능이 모두 정상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비행모드 설정 사실을 잊어버릴 경우 기기 고장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전 제품을 비롯해 안드로이드폰에도 비행기 모드 진입시 비행기 모양을 표시해주도록 돼 있는 보편적인 것으로 삼성전자가 2009년 처음으로 상용화한 기술이다.
‘사용자 중심의 홈스크린 공간 활용 특허’란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기능을 바탕화면에서 상시 작동하도록 설정하는 기능이다. 기존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뉴스나 날씨를 보려면 일일이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했지만, 새로 나온 아이폰4S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바탕에 깔아놓고 언제든지 별도의 실행 과정 없이 업데이트된 날씨나 뉴스가 나타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자주 사용했던 탈옥폰의 기능을 흡수한 것인데, 이 기능은 갤럭시S 시리즈가 작년 6월 생산한 첫 모델부터 적용해온 것이며, 특허도 삼성이 갖고 있다.
앱스토어를 교육 · 스포츠 등 카테고리에 따라 트리 형태로 표시하는 것도 삼성전자가 지닌 특허다. 애플 앱스토어가 이를 모방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주장이다.
UI 특허의 경우, 판매금지를 당하더라도 해당 기능을 빼거나 다른 기능을 개발해 우회할 경우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포토플리킹(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길 때 발생하는 효과에 관한 특허)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론이 내려진 이후, 최근 새로 개발한 제품에서 이 기능을 아예 빼고 신제품을 만들었고, 이 제품들을 판매금지 당한 네덜란드에 보란듯이 새롭게 내놓았다. 비행기 모드의 아이콘 표시 특허, 사용자 중심의 홈스크린 공간 활용 특허 등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의 특허권이 인정된다면 애플 역시 이 기술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기능을 삭제하거나 회피 기술을 내 놓아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출시 모델이 얼마 되지 않는, 1년에 한 두 제품 정도를 내놓는 상황인 애플은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I특허를 일본에만 낸 것은 현지 법원의 판결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통신 특허와 함께 앞으로 소송전에서 UI특허침해 문제를 추가로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서 UI 특허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애플로부터 UI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UI 관련 특허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 여타 국가에도 등재돼 있어 일본의 소송 결과나 삼성의 전략에 따라 다른 소송에서도 UI 관련 특허가 쓰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았던 특허 역시 삼성전자가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서 "3G 표준특허를 통한 본안 소송 외에도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사용해 애플의 무임승차를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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