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삼성전자가 17일 일본과 호주에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소송이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삼성전자가 일본과 호주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오후 1시(한국시각)가 미국 스탠퍼드대 교회에서 이재용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이 끝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사장은 추도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까지도 잡스와의 개인적인 추억을 전하기도 했고,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이자 경쟁자"이며 "(팀 쿡의) 개인적인 친구로서 추도식에 가는 것"이라고 말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양사가 추도식 이후에 회동을 갖고 '극적 타협'을 이룰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추도식이 끝나자마자 일본과 호주에서 애플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이 사장을 초청하는 호의를 보인 애플을 약간은 당황스럽게 할 수도 있는 '냉온' 분리 대응 전략을 썼다. 이는 잡스의 사망 당일과 장례식, 그리고 이번 추도식을 거치며 매번 나왔던 '극적 타협' 예측을 뒤집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추도식이 끝나는 시점에 일본과 호주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이번 소송은 지난 14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플을 제1거래처로 존중하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혀 '분리 대응' 전략을 시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고, 또 다른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회사의 돈이 걸린 문제인데, CEO가 개인적 친분 등을 앞세워 소송을 한순간에 취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애플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왔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이 반도체 분야 최대의 고객이고, 애플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없이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 법학 박사 출신의 지재완 삼성SDI 법무팀장(전무)을 특허 전쟁을 위한 '구원투수'로 전격 영입한 것은 업계의 이러한 분석을 더욱더 강력하게 뒷받침해줬다. 특허전쟁의 '야전 사령부' 격인 수원 IP(지적재산권)센터의 라이선스 팀장으로 이동 발령된 지 전무는 특허전쟁 전문가가 아니라 수년간 삼성SDI의 특허료(로열티) 업무를 전담해 온 협상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연일 소송과 맞소송이 이어지는 치열한 전쟁 가운데 갑자기 협상 전문가가 등장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양측의 특허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것이 아니냐' 분석이 나온 것은 매우 합리적인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런 관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오히려 애플과 더 강력하게 특허싸움을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 대해 "애플과 결사항전을 벌일 경우 둘 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라며 "조건이 맞으면 의외로 결론이 빨리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와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결정권자인 이재용 사장이 애플의 추도식 참석차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에서 애플과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추도식이 끝나는 시점에 정확하게 맞추어 삼성전자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사장과 팀 쿡 CEO의 회동에서 극적인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애플에 삼성전자의 패를 보여주는 카드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제기한 UI특허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하고 있어서 UI특허 침해를 이유로 해당 제품들의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카드를 보여줌으로써 삼성전자에 애플과 맞서 싸울만한 충분한 패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그래서 피차 간에 쉽게 끝날 수 없고 승자와 패자도 예측하기 어려운 소송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대는 것보다 타협으로 끝을 내는 것이 좋지 않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시장에 '무임승차(free ride)'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했는데,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애플이 적당한 대가(로열티)를 지불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처럼 이빨을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지만 어느 한쪽이 치명타를 받기 전에 타협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애플은 그동안 특허 싸움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물밑에서 계속해서 특허 분쟁을 끝내기 위해 비밀리에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80년대 이후 반도체·통신 업계에서 많은 특허 소송이 있었지만 대개는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로 종료된 전례를 보았을 때도, 양측의 대타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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