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나무를 빚는 사람들-2]“목공은 나무 본연의 묵직한 편안함을 만지는 것”

서범석 기자

박연규-친환경가구디자인스튜디오 手 / 박연규 작가

 

 

비오는 날 서울 삼전동 그의 공방에서 박연규 가구디자이너를 만났다. 그의 작업실에는 다른 목공방의 표본처럼 쓰다만 나무 조각들과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가구들이 널려있었다. 작업을 하고 있던 그를 기다려 겨우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은 축축한 나무냄새와 요란하게 울리는 기계소리로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경황없는 인사였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해맑게 웃으며 내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작업실 전경.
작업실 전경.

 

목공을 시작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대략 7년에서 8년 정도 됐습니다. 목공을 시작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다른 일을 하다 이곳에 들어왔죠.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석유화학회사에 다녔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괜찮았지만 그만둔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순히 일상적인 업무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누구나 갖는 그런 업무적 스트레스나 쳇바퀴 같은 삶이 싫었죠.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동시에 가람가구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목공을 배우는 일 년 동안 여수에서 서울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고 갔죠. 회사가 여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틈틈이 목재나 가구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열정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웃음)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특별히 어려웠거나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나 일을 하거나 살아가면서 힘든 것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는 그 외의 어려움이나 힘들었던 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어려움을 굳이 꼽는다면 디자인이 떠오르지 않을 때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이 날 때마다 틈틈이 스케치를 합니다. 집에서 부터 작업실까지 출퇴근 하는 버스 안에서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나무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끄집어 내 보기도 하죠. 그렇게 스케치한 자료들이 나중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종의 저만의 방식인 셈이죠.

 

트렌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유행은 유행입니다. 저와는 다른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어떤 것을 트렌드라고 말한다면 적은 수이지만 독특한 가구를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죠. 또 트렌드라는 것은 결국 많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기성품이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고 봅니다. 작업이 한정적인 목공방에 트렌드를 같이 묶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겠죠. 가구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저는 가구를 만들 때 나무를 가급적 그대로 유지하려하는 스타일입니다. 통째로 쓰고 싶은 느낌이거나 다소 투박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멋을 강조하죠. 개인적으로 나무를 두툼하게 베어낸 멋을 좋아합니다. 묵직한 느낌이 주는 편안함은 애초부터 나무 본연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죠.

 

 

책장.
책장.
나무가 갖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따뜻함이죠. 나무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만져보면 따뜻함을 확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 나뭇결이 주는 변화무쌍한 멋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든 나무는 다릅니다. 색도 질감도 그리고 결도 다르죠. 그래서 저는 이와 같은 나무의 특성을 대표하는 레드 오크를 더 선호합니다. 세상에 똑같은 가구는 없습니다. 아무리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 해도 태생적으로 갖는 결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모방할 수 있겠습니까.

 

끝으로 목공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릴 적 미술을 꿈꿨는데 사정상 다른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어요. 이제는 비록 미대는 아니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아 정말 다행이죠. 처음 목공을 대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디자인과 목공기술의 구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강조하게 되면 창조적인 활동영역이 커지고 목공기술을 강조하게 되면 전통을 계승하고 유지하는 정통 가구 활동영역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이나 의지를 잘 판단해 어느 쪽이 자신과 맞는지 잘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복기 기자 leeb@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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