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삼성·현대차·SK·LG 수의계약 규모 100조원 넘어… 삼성은 무려 97% 수의계약

수의계약 133조… 작년 국내 건설공사 계약액보다 많아

이호영 기자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광고·물류·SI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법적 규제 강화해야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이 계열사 간 거래의 대부분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의계약 금액은 무려 133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체결된 국내 건설공사의 계약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막대한 금액이다.

재벌의 제 식구 챙기기가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상위 그룹의 수의계약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높았고 수의계약 규모도 무려 100조원을 넘었다.

국내 10대 그룹의 계열사 간 거래 중 수의계약을 통한 매출 규모가 133조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77%가 '빅4' 그룹 계열사 간에 이뤄진 것이다.

자산 순위 1~3위인 삼성, 현대차, SK그룹의 수의계약 비율은 90%를 웃돌고, 체결한 내부거래 금액은 무려 93조원에 달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수의계약 비율이 무려 97%에 달했고, 규모도 33조원이었다. 현대차 전체 내부거래 매출의 91.4%인 29조4천706억원, SK는 90.0%인 30조5천억원어치가 수의계약에서 나왔다. LG의 10조4551억원은 이들 상위 3개 그룹에 비하면 1/3수준이어서 작다고 느껴질 정도다.

문제는 한 그룹의 여러 계열회사가 원료 생산부터 제품 판매까지 나눠 맡는 이른바 `수직 계열화'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전략이어서 계열사간 거래가 자주 이뤄질 수 있지만, 수직계열화와 무관한 광고, 물류, 시스템 통합(SI) 관련 계열사들이 그룹 안에서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주고받은 것이 확인돼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의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DS는 지난해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1조5천565억원 규모의 시스템 통합 관리·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기간에 삼성SDS의 매출은 4조7천652억원이었다.

삼성 계열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도 작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에서만 3천503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이는 제일기획 전체 영업수익 1조7천582억원의 20%에 육박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기아차와 1조3천74억원, 현대차와 6천873억원, 현대제철과 7천360억원의 계약(연결대상종속회사 포함)을 각각 체결했다. 미국, 러시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지의 현지 공장과 거래한 금액을 더하면 작년 매출액의 50%를 훌쩍 넘는다.

SK 계열 SI 업체인 SKC&C는 SK텔레콤[017670]에서 5천603억원, SK네트웍스에서 758억원, SK브로드밴드에서 1천51억원의 매출을 각각 거뒀다. 이들 3개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은 매출이 전체 매출(영업수익) 1조7천18억원의 43.6%에 달했다.

결국 문제는 10대 그룹에 속한 광고, 물류, SI, 건설회사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거두는데 그 거래가 90% 가까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된다는 점이다. 이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형태다.

이 같은 재벌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해결하려면 공정거래법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재벌 계열사들은 내부 거래를 빈번하게 한다. 일감을 몰아줘서 총수 자녀의 지분 가치를 상승시키고 계열사를 손쉽게 성장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은 경매나 입찰을 거치지 않고 계약 당사자를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으로, 재벌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는 이런 관행을 없애고 그룹에 속하지 않은 중소기업에 사업기회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이달 1일부터 경쟁 입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모범기준을 시행했다.

하지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단편적인 조치로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공정위가 경쟁 입찰을 유도하더라도 겉으로 입찰에 부치고 실제로는 이미 정해진 곳과 계약을 하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제23조)에서 일반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로 정의한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를 대기업 집단에 의한 경제력 집중 억제 차원에서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이 원래 취지에 맞게 재벌 총수의 지배권 승계나 강화를 위한 계열사 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법 규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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