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에버랜드 CB사건, 삼성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결론'

2심판결 확정…검찰과 삼성특검 직무유기도 확인돼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8월22일 선고된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측이 상고기간 마감일인 지난 12일까지 상고하지 않아 2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경제개혁연대가 주주들을 모집해 2006년부터 진행했던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이 원고주주들의 최종 승소로 6년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1996년 10월경 에버랜드가 주주배정 방식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에버랜드의 주주는 중앙일보, 제일모직, 이건희, 제일제당 등이었는데,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전환사채를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일제당(2.94% 지분 보유)을 제외한 (법인)주주들은 실권하고, 실권된 부분을 이재용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가 인수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의 이사이자 제일모직의 이사로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제일모직의 실권에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에 대해 2000년 곽노현 등 법학교수 43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을 통한 편법상속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장기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고, 사건은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개시된 삼성특검의 수사대상이 됐다.

하지만 삼성특검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해 전환사채의 헐값 발행에 따른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행위만을 문제삼아 기소하고, 제일모직 등 법인주주들의 이사들이 저가로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인주주로서 입은 손해를 산정하기 어려워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도 2009년 5월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전환사채가 헐값에 발행됐다는 사실, 주주배정·실권·제3자 배정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 그룹비서실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 주주배정을 통해 법인주주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부여됐다는 형식적인 논리에 근거한 무죄 선고였다.

경제개혁연대는 형사고발 외에 주주대표소송의 방식으로 이건희 부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고, 또한 회사의 손해를 배상토록 함으로써 책임을 묻고자 했다. 즉, 경제개혁연대는 이건희 회장이 지배권 승계를 목적으로 주주배정 방식의 전환사채를 7700원의 저가에 발행하고, 계열사 법인주주들에 대해 실권하도록 지시한 후 이를 자녀들에게 인수하도록 하는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봤다.

전환사채 발행 전 제일모직은 에버랜드 지분의 14.14%를 보유한 2대주주였지만 전환사채 배정분을 실권함으로써 지분율이 5.00%로 낮아졌다. 따라서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가치가 이재용 등의 전환권 행사로 인해 희석됐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제일모직 주주 3명을 원고로 2006년 4월 이건희 회장 등 당시 제일모직 전·현직 이사와 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하지 않고 인수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인 137억여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2011년 2월18일 이건희 회장과 유현식 前 대표이사, 제진훈 前 이사의 업무상배임행위와 임무해태를 인정해 청구금액 중 130억여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사실상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측은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포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이재용 남매에게 회사의 지배권을 이전할 목적이 아니었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경영판단이었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지난 8월22일 선고에서 "이건희 등이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건희 회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더 나아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피고 이건희의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측이 시한인 12일까지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되었다.

이는 법원이 이재용 씨로의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비서실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조직적인 배임행위에 의한 것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또한 회사와 주주의 이익보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저지른 수많은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삼성특검은 부실수사 내지 사실상 봐주기 수사로 일관해 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법원이 그 결론을 뒤집은 것으로 과거 검찰과 삼성특검의 직무유기를 확인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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