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제외 10대 그룹 법인세 최고 48% 감소 전망… 세수 악화 우려
10대 그룹 외에도 경기침체 여파로 국세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지난해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제외한 조선, 화학, 건설 등 한국의 주력 업종들이 실적 쇼크 상태이기 때문에 전년도 법인 소득에 대해 이듬해 부과하는 법인세 감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인세 비용은 과세표준액에 따라 적용되는 법인세에 자산과 부채가액차이에 따른 이연법인세 변동액을 더하거나 빼고서 주민세를 합친 것으로 회계상 기업이 부담하는 실제 금액으로, 기업들은 작년 실적을 바탕으로 산출한 법인세를 올해 납부한다.
이에 따라 국가의 전체적 세금수입이 감소, 새 정부 살림살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매년 최소 27조원이 추가로 필요한 마당에 세입조차 차질을 빚으면 공약 속도조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18일 재벌닷컴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 82개 상장사의 2012 회계연도 영업실적 잠정치(개별 기준)를 근거로 올해 법인세 비용을 예상한 결과, 총 11조7220억원에 달했다. 비상장사와 3월 결산 법인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2012 회계연도 법인세 추정치는 2011 회계연도 확정치인 10조440억원보다는 16.7%(1조6780억원) 많은 것이지만,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둔 삼성그룹과 지난해 세계 시장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현대차가 소속된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그룹의 예상 법인세 비용은 작년보다 12∼48% 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16개사)은 SK하이닉스가 적자 전환하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등의 실적이 악화해 법인세 비용이 1조4270억원에서 7660억원으로 6610억원(46.3%)이나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감소액으로는 10대 그룹 중 가장 크다.
법인세 비용 감소율은 현대중공업그룹(3개사)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력사인 현대중공업의 세전 순이익 감소로 법인세 비용이 3650억원으로 작년의 7030억원보다 48.1%(338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11개사)은 계열사인 LG화학 등의 수익성이 악화해 법인세 비용이 전년보다 1430억원(14.8%) 감소하고, 포스코그룹(7개사)도 주력사인 ㈜포스코의 영업이익 급감으로 법인세 비용 역시 1060억원(11.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그룹(7개사)과 GS그룹(8개사), 한화그룹(3개사)도 각각 2010억원(27.8%), 890억원(37.6%), 370억원(20.7%) 감소할 전망이다.
한진그룹(5개사)은 한진해운 등 계열사들이 대규모 세전 순손실을 기록, 2011 회계연도에 이어 2012 회계연도 법인세 비용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삼성그룹(13개사)은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세전 순이익이 2011년 14조9190억원에서 지난해 27조9310억원으로 87.2% 증가해 법인세 비용도 2조2170억원에서 5조260억원으로 126.7%(2조8090억원)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그룹(9개사)도 작년 세전 순이익이 전년보다 16.2% 증가한 15조1950억원으로 예상돼 법인세 비용이 2조7180억원에서 3조1380억원으로 15.4% 늘어날 전망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지난해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의 예상 법인세 비용이 모두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0대 이하 그룹도 실적 악화로 올해 내야 할 법인세 비용이 대부분 낮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법인세 비용이 3조349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조사 대상인 10대 그룹 상장사 전체(82개사) 예상 법인세 비용의 28.6%에 해당한다.
이어 현대자동차(1조5000억원), 삼성SDI(8480억원), 포스코(6230억원), 현대모비스(5860억원), 기아자동차(4730억원), LG화학(3460억원) 순이었다.
작년 국세가 애초 계획보다 2조8000억원 가량 덜 걷히자 나라 살림이 첫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는 작년보다 올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법인세와 종합소득세는 작년 소득을 바탕으로 올해 세금을 부과하므로 작년 경제 부진이 올해 세입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경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아 작년 법인세는 전년보다 1조원 증가한 45조9000억원이 걷혔다. 이는 전체 국세 수입(203조원)의 22.6%에 해당한다.
하지만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3%) 이후 가장 낮은 2.0%에 그쳤고 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올해 법인세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법인세가 얼마나 더 또는 덜 걷힐지 추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법인세를 포함한 세입 여건이 안 좋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올해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므로 국가 세수에 크게 이바지하는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기업 실적이 나빴기 때문에 올해 법인세 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경제 민주화도 중요하지만 새 정부는 기업의 경영과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국민의 복지 요구 수준은 올라가고 돈 곳은 많아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새로운 세원 발굴에 나서야 하고 세출 항목 간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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