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화 주주들 "김승연 회장, 621억원 배상하라"

김동렬 기자

경제개혁연대 등 한화 소액주주들이 서울중앙지법의 일부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이 한화S&C의 지분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고 김승연 회장 등의 회사기회 유용·자기거래 금지 등 상법상 의무 위반은 아예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회사의 손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금액은 김승연 이사에 대해 621억5520만원, 남영선 대표이사에 대해 20억원, 나머지 각 이사들에 대해 2억원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05년 6월 한화가 보유중인 한화S&C 지분 66.7%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에게 저가로 매각해 회사에 입힌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개혁연대 등 한화의 소액주주들은 김승연 회장 등 8명의 이사들을 상대로 회사의 손실 총 894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김승연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화S&C 지분을 자신의 장남에게 저가에 매각하도록 그룹경영기획실을 통해 지시하거나 이를 이용했고, 김승연 회장은 이사로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했으며, 실제 매각을 통해 ㈜한화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김승연 회장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회사의 손해액을 89억여원으로 산정하는데 그쳤다. 소액주주들이 청구한 금액의 1/10에 해당하는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이번 항소에서 원고주주들은 한화S&C 지분 매각으로 인한 손해액을 621억552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 근거인 적정주가 산정을 위해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실제 잉여현금흐름을 토대로 9.76%의 가중평균 자본비용, 영구성장율 1%의 가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도출된 1주당 가액 14만5899원에 경영권프리미엄 10%를 가산한 16만488원에 매각가액인 5100원을 공제한 금액인 1주당 15만5388원을 기초로 회사의 총 손해액을 계산했다.

이상의 적정주가 산정 방식은 동일 사안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검찰 측 감정인이 제시한 평가보고서에 근거한 것으로, 본 주주대표소송의 1심 재판부가 참조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가중평균 자본비용 9.76%는 매각당시 가치평가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이 적용한 값으로, 1심 재판부의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된 감정인의 의견(긍정 6.95%, 중립 8.38%, 보수 9.81%) 중 '보수'에 매우 근접한 기준이며, 영구성장률도 동일하게 설정한 것이다. 참고로 1심 재판부는 적정가치를 주당 2만7517원으로 산정했다.

그 외 1심 판결은 법리적으로 아쉬운 측면이 크다. 먼저, 한화S&C의 경우 장래의 큰 수익이 예상되어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승연 회장의 장남에게 매각하여 상법 제397조의2에 정한 '회사기회의 유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재판부는 형식적인 논리에만 치중해 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S&C는 그룹 내 I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화가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그룹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와의 밀접한 사업연관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이사(의 장남)에게 지배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취득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미국의 경우에도 2004년 e-Bay 사건을 통해 회사가 이미 누리고 있던 이익창출 행위에 대해서도 '사업기회'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또한, 1심 판결은 상법상 자기거래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는데, 본 사건의 경우 한화와 김승연 회장의 장남 사이에 주식매매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김승연 회장이 그룹경영기획실을 통해 장남을 대행해 한화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즉, 김승연의 장남은 형식상 계약당사자일 뿐 실질적 계약의 주체는 김승연 회장 자신이었으므로 상법상 자기거래 규제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1심 재판부는 김승연 회장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위법사실만을 확인하여 주었을 뿐, 이러한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들은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보유하고 있던 한화S&C 지배지분의 저가매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고, 절차상의 하자가 있음이 확인되었음에도, 이러한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더욱이 김승연 회장은 당시 대표이사도 아니었는데, 매각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이사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회사기회 유용 및 자거거래 여부에 대한 판단도 극히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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