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그리스의 운명 20일에 갈린다

그리스를 포함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운명을 결정할 시한이 20일로 또 연기됐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 연장과 그리스 새 정부의 계획 간 공통점을 찾는 회의를 열었으나 그리스 측의 반발로 중단됐다.

유로그룹의 지난 11일 긴급회의에서 그리스가 공동성명서의 '연장' 문구에 반발해 합의를 번복한 것에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그리스는 성명서의 문구를 문제 삼았다.

국제채권단의 주축인 유로그룹은 그리스 새 정부가 수용할 수 없다고 언명한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해야만 20일에 회의를 열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 최근 고조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만 그리스와 채권단이 각각 제시한 협상안의 내용은 사실상 차이가 없지만 정치적 동기로 '연장'의 대상을 놓고 힘겨루기하는 양상이어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유로그룹, 최후통첩 "연장 요청해야만 20일 회의 연다"
네덜란드 재무장관인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회의가 중단된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20일이 새로운 시한이냐는 질문에 "20일에 유로그룹 회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해야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또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도널드 터스크 상임의장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EU 정상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며 20일 회의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장 신청 여부는 그리스의 결정에 달렸다"며 그리스 새 정부를 압박했다.

그리스는 오는 28일에 끝나는 EU 측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으며 최악에는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채권단 '트로이카'인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가운데 IMF의 구제금융은 내년 3월까지 예정됐기 때문에 IMF의 지원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IMF도 EU 측과 협력하기 때문에 연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분할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신청하고 현행 프로그램의 이행을 약속하면 우리는 협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새로운 구제금융을 요청하더라도 자금과 지원조건이 함께 요구될 것이라며 현행 구제금융의 연장이 유일한 선택지임을 강조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면 유로존 회원국들의 의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20일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장' 대상에 이견...'자금지원' vs '긴축 정책'
그리스와 트로이카는 사실상 구제금융의 '연장'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이견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긴축 반대를 내세워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공식적으로는 구제금융의 연장을 거부하고 새로운 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채권단과 '가교 프로그램'에 합의해 유동성 지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로이카가 요구한 구제금융의 연장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금지원'의 연장이란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

 트로이카도 지난해 그리스 전 정부와 정례 협상에서 실패하자 EU 측 구제금융 종료시한을 지난해 말에서 이달 말로 2개월 연장했으며, 그리스 총선 전후로 6개월간 '기술적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따라서 '가교 프로그램'은 구제금융 자금지원 연장을 유화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실질적인 내용의 차이는 크지 않다.

아울러 구제금융의 지원조건인 '프로그램'의 연장을 놓고도 대립했지만 타협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리스는 자금지원 연장을 요청할 준비가 됐지만 공동선언문이 바뀌어서 합의를 거부했다며 부결의 책임을 데이셀블룸 의장에게 돌렸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집행위원이 보여준 성명서 초안에 만족해 서명하려고 했지만 데이셀블룸 의장이 이를 철회하고 모호한 단어인 '일부 유연성'을 제안해 서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연장을 요청하면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일부 유연성'이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리스의 요구대로 현행 프로그램의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뜻이었으나 바루파키스 장관은 모스코비시 집행위원이 마련한 초안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고 거부했다.

다만 바루파키스 장관은 "48시간 안에 합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협상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스도 현행 프로그램 가운데 70%는 8월 말이 타결 목표인 새로운 협상 내용에 수용하고 나머지 3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해 부패와 탈세 척결 등의 개혁 계획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부 유연성'과 '30%'라는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현행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새 협상에도 반영된다는 점에서는 양측의 이견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그리스는 우선 자금지원을 연장하고 프로그램의 70% 승계 여부는 8월까지 논의하자는 반면 트로이카는 자금지원과 지원조건을 동시에 연장한 이후에야 지원조건 일부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프론트라인애널시스트의 댄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트위터에 "감정과 거짓말을 제외하고 보면 유로그룹과 그리스는 곧 합의할 것으로 본다"며 "이 협상은 잠정적 자금지원 협상이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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