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반성 모르는 아베, 메르켈의 훈수 통할까

방성식 기자
일본
주권회복의 날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는 일본 정치인들
주권회복의 날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는 일본 정치인들
주권회복의 날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는 일본 정치인들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아사히 신문이 주최한 강연 행사에서 "독일은 과거(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은폐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지난 5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양비론을 떠올리게 한다. 방향은 다르지만 메르켈과 셔먼의 발언은 모두 동북아시아의 지나친 민족주의와 우경화에 대한 우려였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로 장기적인 외교 갈등을 겪고 있으며, 양국의 국가수반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이 갈등관계를 지지율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국교정상화를 이룬 후에도 한일간엔 독도 문제, 대륙붕 협정 문제로 잠재적인 갈등이 존재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냉각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박정희 정부는 김종필 국무총리를, 일본 정부는 시나 애쓰사브로 외무대신을 각각 특사로 파견해 한일간의 얼어붙은 감정을 녹였다.

심지어 1980년대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한국에도 국권피탈의 책임이 있다"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한일어업협정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긴장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방국으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으로 한일관계는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다. 특임장관실은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지지율이 84.7%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민족감정의 호소에 국민이 호응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임기말 레임덕 현상을 벗어나기 위한 포퓰리즘이었을 뿐이다. 일본은 이후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전 방위 공세를 취했으며 한일 통화  스와프 축소와 국채 매입 취소까지 검토되었다. 한국과의 차관급 이상 회담과 한국 정부 관계자의 초청은 중단되었고, 다케시마의 날을 국가적 차원으로 격상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 외에 국민들이 얻은 실익은 없는 실패한 외교였다.

우경화가 심각한 일본 정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경제 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을 주변국으로 돌리고 싶어한다. 민족주의를 통한 국내 여론의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국민들은 정치의 우경화에 침묵하고 있다. 겉으로는 조용한 듯 보이지만 인터넷상의 '넷 우익'들의 활발한 '혐한' 운동은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90년대의 불황과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의 파편화, 철학적 가치에 대한 냉소는 새로운 내셔널리즘의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외교는 일본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 한국, 중국은 물론이며, 자유진영의 공고화를 원하는 미국마저 아베 정부의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의 국립묘지와 비교하는 망언을 한 탓이다.

이제는 삐뚤어진 애국심에서 벗어나 실익을 추구하는 외교를 할 때다. 국민들이 스스로 얻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것이 실익 외교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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