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인들의 일그러진 애국심?... 자국 기업 감싸기
미국이 폭스바겐 배기가스 문제에 엄격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독일 정치인과 국민들은 팔이 안으로 굽고 있다. 독일에 있어 폭스바겐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주 연설에서 국민 7명 중 1명은 폭스바겐의 편에 설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작센주 총리는 지난 13일 폭스바겐을 "독일 산업의 빛나는 진주."라고 비유하며 함께 싸울 만 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 칭찬했다. 규제 당국 역시 문제가 있는 차량을 리콜할 수 있는지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추려 할 뿐, 기업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독일의 기업 규제 관습이 상대적으로 느긋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미와 유럽 당국은 각각 문제를 일으킨 금융기관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으나 독일 연방금융감독청만은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 은행의 책임을 물지 않고 침묵을 지킨 적이 있었다.
연방금융감독청은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수사하며 '평소대로 조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9월 3일 미국 규제 당국 요구에 밀려 폭스바겐의 부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까지 2주가 넘는 시간을 미적거린 탓에 기업과 정계 간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잇다.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미국 법인이 문제 차량 240만 대를 리콜한 것과 달리, 독일 식약청은 1100만 대 리콜 계획이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 넘게 아무런 입장 표명이나 추진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영국 폭스바겐 최고경영자가 몇 차례나 의회에 끌려나왔지만, 마틴 비터콘 전 폭스바겐 CEO는 단 한 번도 의회에서 증언대에 불려나오지 않았다. 독일 경찰의 폭스바겐 본사 압수수색은 사건 발생 후 3주일이나 지난 늦은 시점에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민들은 폭스바겐에 대한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수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갖춘 자국 기업을 비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출판된 <독일인에 대한 책>에 따르면 독일인의 63%가 '독일'하면 떠오르는 기업으로 폭스바겐을 꼽았다고 한다.
시장조사 기관 펄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인 중 54%는 여전히 폭스바겐 차량 구입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두 번 다시 사지 않겠다는 의견은 11%, 당분간 사지 않겠다고 답한 의견은 35%에 불과했다.
차곡차곡 쌓여온 반미감정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었다.
폭스바겐에 대한 독일인이 사랑은 미국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독일인 상당수가 미국이 폭스바겐을 깔아뭉개려는 의도를 갖고 잇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독일의 반미 감정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스파이'사건 이후 독일 내부에 적지 않은 반미 세력이 생겼다. 스파이 사건은 2014년 2012년부터 2년간 기밀문서 218건을 미국에 판 독일 연방정보국 소속 직원 체포된 사건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베를린에 25만 명이 모여 10일 동안 환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릴 정도로 독일 내 반미 감정이 높아졌다. 폭스바겐 사태는 미-독 간 불편한 감정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페이스북에선 "폭스바겐은 미국에 있어 눈엣가시 같은 기업이다.",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세아트 등은 지금도 아주 좋은 차다. 미국인들의 비판은 유럽 자동차 메이커를 질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독일인들의 담벼락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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