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서 끌어내린 나라다.
아편전쟁에 패한 후 중국은 150년 동안 온갖 사회적 불안과 외세의 침략,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긴 암흑기를 보냈다. 영국에 의해 청나라의 무력함이 세상에 드러나자,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물론, 일본까지도 중국을 식민지 취급하며 갖은 수탈을 다 했다. 역사 이래 항상 '패자'의 위치에 있던 중국의 자존심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영국은 역설적으로 근대 중국의 기틀을 세운 국가이기도 했다. 영국 유학을 다녀온 근대 중국 지식인들은 영국을 본보기 삼아 근현대 세계관과 과학을 소개했고, 마르크스의 사상도 이때 유입되었다. 과거의 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공산국가 중국을 가장 먼저 승인했다. 중국과 영국의 관계는 자르려 해도 자를 수 없는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 홍콩 반환 문제 등으로 양국이 갈등을 겪은 적도 있지만 1997년 순조롭게 반환이 이뤄지며 오히려 역사적 채무를 덜어내는 기회가 되었다. 이후 중국이 미국에 이어 G2로 거론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자, 영국 역시 중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기 시작했으며, 중국 역시 영국을 유럽 외교 거점으로 여겨 중요한 우방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진핑의 말처럼 양국 관계를 "새로운 고도로 끌어올릴"유인이 양 국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영국 방문에서 두 국가는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영국 BBC방송에 의하면 시진핑 국가 주석은 영국 국빈방문 기간 300억파운드(약 54조원)를 넘는 교역 및 투자에 관한 협력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항공기 제조, 부동산, 금융, 에너지 등으로 분야도 다양해 민간과 정부 간 교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중국의 영국 내 원자력발전 건설 참여 여부다. 양국과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 등은 중국의 원전 건설 국영기업인 중국광동원전그룹(CGNPC) 등이 EDF가 주사업자로 승인된 영국 내 '힌클리 포인트 C 원전', '시즈웰 원전', '서폭 원전' 등 3곳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30~40%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가 추진 중인 영국 남부의 힌클리 포인트 C 원자력 발전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이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며, EDF와 중국 광핵그룹·중국핵공업집단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 중국이 33.5%의 지분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전체 사업규모는 340억 유로(43조 7천70억 원)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한 국가지만, 현재 운용하는 발전소는 대부분 상태가 노후화돼 있다. 이에 영국은 2023년 까지 원전 16기 중 15기를 폐쇄할 계획이며, 마침 북해 유전도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어 원젠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국 정부가 직접 건설 주체로 나서는 것 대신, 민간 기업이 건설을 유도하는 방법을 선택한 탓에 외국 원전 기업들이 영국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게 됐다. 이 중 중국은 이미 원전 17기를 보유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28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는 등 원전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원전을 만들 수 있는 국가가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국은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다른 후보국을 제치고 중국을 선택했으며, 이는 "중국의 서방 최고 파트너가 돼 향후 10년 내 중국을 영국의 제2 교역국으로 삼겠다."라는 캐머런 내각의 외교 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성숙단계에 오른 중국 경제가 더 많은 서비스를 흡수할 것이며, 서비스는 영국이 수출경쟁력을 지닌 영역이기에 '황금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친해지려면 많은 경제 주체를 적으로 돌려야 한다.
하지만 미국 등 영국의 전통 우방국에게 캐머린 총리의 '친중 외교'는 영 불편하다. 특히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의 친중 외교는 아첨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분명히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영국 내부에서도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철강 등 제조업계는 값 싼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영국 철강 대기업 카파로 인더스트리가 파산 신청을 해 1천7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몰렸으며, 인도의 철강업체 타타스틸 역시 영국 사업부에서 1천2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철강 산업 위기 원인을 '중국산 철강 덤핑'에서 찾고 있다.
이외에 지난해 홍콩 우산 혁명으로 불거진 중국내 인권 문제, 사이버 해킹 문제등을 영국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영국 정부는 지난 19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 중 중국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1일 열린 시진핑 주석의 의회 연설에서 버커우 의장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추궁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고, 다른 의원들도 "역사적 우호를 증진하자."라는 시 주석의 연설에 냉담히 반응하는 등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이 어떤 국면으로 흐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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