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사과, 공중과 관계맺는 PR의 정석 돋보였다.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21일 '아모레퍼시픽에 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당사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감을 드린 점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개인의 잘못이기는 하나, 당사에 소속된 직원들의 잘못인 까닭에 회사의 책임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회사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 절차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상응하는 징계 조치를 취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발달은 지난 6일 새벽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택시에 탄 만취 남녀가 이미 예약이 된 승객이 있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한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영상이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부터였다. SNS를 타고 퍼진 이 영상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으며, 결국 이들 남녀가 아모레퍼시픽 내 20대 사내 커플란 점이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의 잘못에 기업이 나서 사과하는 것은 낯설게 느껴진다. 만약 사고를 친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공무원, 군인과 같은 '공인'이었다면, 해당 정당이나 정부, 군이 나서서 용서를 비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공인 국민의 심복이자 대표자로서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겐 남들보다 엄격한 윤리 기준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며, 그를 고용한 기업도 국민에게 굳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최근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반기업' 정서를 고려했을 때, 아모레퍼시픽의 빠른 사과는 현명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번 머리 숙여 석고대죄를 막은 셈이니 말이다. 기업 입장에선 잘못한 게 없을지 몰라도, 잘못을 저지른 개인이 '아모레퍼시픽 직원'임이 밝혀지는 순간, 기업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이 하락하고 만다. 개인보다 기업에 더 큰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왜 기업의 잘못엔 더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대는가?
윤영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기업과 개인의 잘못에 대한 공중의 반응 차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다.
윤 교수에 의하면, 대중은 기업과 개인이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기업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책임을 부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개인(사업자)보다 기업에 대해 더 높은 형사상 과실 책임을 부과하고, 손해배상액도 더 많은 액수를 부과했으며, 발생한 사건에 대해 개인보다 기업이 반성하는 정도가 낮고, 앞으로 유사한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기업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첫 번째 이유는 기업의 경제적 능력에 대한 고려였다. 기업은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험과 같은 대비책을 이미 마련해두었을 테니, 더 많은 액수를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반면 잘못을 저지른 개인의 경우, 피해보상 때문에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보았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의 비물질적 자산 보유다. 기업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개인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합리성, 예지력, 스스로의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개인보다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고유의 특성은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되는데, 개인이 저질렀을 때 우발적인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잘못도 기업이 저지른 경우 그 능력치를 고려할 때 의도성을 의심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대중이 기업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실제로 대중은 기업에 대해 더 엄벌받아 마땅하고 더 많은 액수의 보상금을 피해자들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또한 고용자가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알았거나 예상했을 가능성, 이번 사건이 고용자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인식, 보유하고 있는 재정자원에 대한 인식도 기업에 대해 높게 나타났다. 역으로 이번 일에 대해 반성하고 후회할 가능성은 기업이 개인보다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흥미로운 점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에 대한 인식 차이를 살펴 본 분석들 중 보유한 재정자원변인, 반성정도변인, 반사실적 사고변인에서 대기업, 중소기업의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긴 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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