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우조선 '비자금 의혹' 풀 단서, 해외 자금거래서 나와···국내 유입 가능성에 초점두고 수사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의 핵심인 비자금 의혹을 풀어낼 단서들이 해외 자금거래에서 속속 들어나고 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최근 남상태(66·구속) 전 대우조선 사장이 재임 기간에 저지른 부정한 뒷돈 거래의 윤곽을 밝혀냈다.

대학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65·구속기소)씨 등에게 일감을 몰아주도록 지시하고 그 대가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챙긴 20억원 가량이 대부분 해외에서 유통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 전 사장은 싱가포르 등에 소재한 정씨 업체에 차명으로 투자한 뒤 배당금을 받는 외양을 갖추고 뒷돈을 챙겼다.

투자금도 제3자를 시켜 해외 계좌로 보냈고, 배당금 수금도 해외에서 이뤄졌다.

뒷돈을 담아두는 '저수지' 역시 남 전 사장이 싱가포르에 차명으로 개설해 둔 비밀계좌였다.

남 전 사장이 2008년 노르웨이와 영국 지사 2곳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빼돌려 송금한 곳 또한 싱가포르 비밀계좌다.

이런 사실은 대우조선을 겨냥한 검찰의 선행 수사가 진행됐던 2009∼2010년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사안이다.

국내 계좌추적을 통해서는 따라갈 수 없고, 국제 사법공조를 활용하려 해도 시일이 상당히 소요되는 등 일단 해외로 빼돌려진 돈은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남 전 사장이 해외에서 자금 세탁을 한 것도 이런 수사 한계를 미리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뒷돈 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진다는 점도 일깨워줬다. 일감을 몰아준 업체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해외 송금과 차명 투자, 해외 수금 등으로 이중·삼중의 세탁을 거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정씨의 주변을 장기간 내사하면서 남 전 사장과의 해외 거래 단서를 찾아냈다. 발빠르게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하마터면 영영 밝히지 못했을 법한 해외 비자금 거래가 드러났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해외에서 단서를 찾겠다는 역발상으로 이번 사건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비자금 수사 대상도 확대했다. 노르웨이와 영국 지사 외에 대우조선의 다른 해외 법인·지사에서도 비자금 조성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수사 대상에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나 이미 청산된 법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해당 법인들은 다 영업활동을 했던 곳이고 핵심 사업 분야와 거리가 있다는 판단 하에 청산이 결정된 법인"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대우조선 해외 비자금 수사가 결국 국내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해외에 있던 돈이 세탁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면 최고경영자 연임 청탁 자금이나 사업 관련 로비 등에 흘러갔는지를 검찰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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