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날벼락맞은 특산물 생산농가···"5만원 미만 제품 만들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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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 공직자 등이 5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전국 농특산품 생산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금산 인삼, 횡성 한우, 제주 옥돔, 양양 송이, 영광 굴비 등 5만원 미만의 제품을 만들기가 사실상 어려운 지역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영광이 주산지인 굴비 판매상인들은 김영란법 합헌에 당혹스러운 내색을 보였다.

영광군에 따르면 영광 굴비는 한 해 판매량의 70%가 명절 전후에 집중돼 선물 판매 비중이 크다. 특히 10만원 짜리 상품이 가장 인기가 높다.

굴비 생산자와 판매 상인들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특산물 가격 특성을 무시한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강철 영광굴비사업단장은 "굴비는 원가가 비싸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만 생산자의 이익은 크지 않다"며 "김영란법까지 적용되면 고급 상품이라는 인식이 있는 굴비가 가장 먼저 외면받을 수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 강화와 충남 금산의 인삼 재배 농가들도 추석을 앞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삼은 절편이나 홍삼액 등을 제외하면 6년근 열 뿌리가 1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수삼 6년근 6∼7뿌리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 등급에 따라 30만원이 넘을 때도 있다.

강화 고려인삼연합회 관계자는 "인삼 선물세트는 10만원 이하 상품이 거의 없고 그 이하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5만원 범위에서 선물 세트를 만든다면 분말이나 인삼차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영동 특산물인 곶감 생산농가들도 울상이다.

곶감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연말과 설 선물용으로 소비되고, 선물용 상자(40∼50개) 가격은 보통 5만∼6만원 선이다.

전정호 영동감생산자연합회장은 "요즘에는 호두나 잣 등을 한 상자에 담은 혼합세트가 잘 나가는데 호두나 잣을 500g만 곁들여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법이 시행될 경우 소비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우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에서 한우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경북도의 경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명절 선물 수요가 크게 줄어 연간 매출이 9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형재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한우 농민에게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김영란법"이라며 "농축산물 가운데 한우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석이나 설은 미풍양속인데 부정행위로 보는 것은 부당하며 김영란법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수산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수협에서 판매되는 옥돔 선물 세트는 최하 6만5천원에서 최고 30만5천원까지, 갈치 선물 세트는 9만5천원에서 50만원까지 가격과 품질이 다양하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 세트는 5만원 이하 상품이 있지만, 옥돔과 갈치는 수매 가격 자체가 매우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선물 세트로 만들면 이윤을 최대한 줄이더라도 5만원을 넘는다는 게 수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주수협 관계자는 "받는 사람에 대한 정성과 존경,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 세트인 만큼 크기를 너무 줄이거나 들어가는 수량을 너무 적게 하면 오히려 선물하지 않는 것만도 못한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주 이강주 생산 농가도 비상이 걸렸다.

이강주는 조선 중기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빚어온 전통 민속주로, 이름대로 소주에 배와 생강을 혼합해 만든 술이다. 3만원부터 비싼 것은 15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조정형 전주 이강주회장은 "전주를 방문해 선물용 이강주를 사는 사람들은 보통 5만원 이상 상품을 사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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