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인원 자살'에 檢 당혹, 롯데그룹 비리 수사 일정 전면 수정 검토

영안실 나오는 이인원 부회장 시신
영안실 나오는 이인원 부회장 시신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달 넘게 재계 5위 롯데그룹의 경영 비리 의혹을 파헤쳐 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선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검찰은 향후 수사 일정·계획의 전면 수정을 검토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아무리 성과가 좋고 깔끔하게 진행된 수사라 하더라도 주요 피의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오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던 롯데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올 6월 초 본격 시작됐다. 검찰은 당시 '신속·정확한 수사로 특별수사의 모범이 되겠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여기엔 작년 포스코 그룹 비리, KT&G 비리 등 검찰 수사에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포스코 수사는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 KT&G 수사는 같은 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10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과거 진행된 특별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간이 꽤 길었음에도 비리의 근본을 파헤치는 데는 부족했다는 비판론이 일었다.

재계에선 '먼지털기식' 수사로 기업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검찰 내부에서도 '환부만 도려내는' 특별수사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대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작년 12월 취임하며 "부정부패 수사는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조직 안팎의 비판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검찰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 수사에 나서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이번 사건이 새로운 검찰 특별수사의 전형을 보여줄 시험무대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 포스코 수사 이후 검찰 내에선 수사 속도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검찰로선 수사의 새로운 지평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롯데 수사는 초반에 상당히 빠른 행보를 보였다.

검찰은 6월 10일 역대 최대 규모인 240여명의 수사관을 한꺼번에 투입해 롯데그룹 및 주요 계열사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수뇌부 인사들은 곧바로 출국금지됐다.

검찰 수사는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탈세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수사팀은 착수 사흘 만에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에서 매년 300억원대 자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자금 성격을 파악 중"이라고 말하는 등 '강공'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총수 일가 비리에 대한 수사는 다소 정체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신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사기 의혹,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의혹 등 계열사별 비리 수사에서 진전이 있었다.

'계열사 전반 바닥훑기식 수사', '수사가 곁가지를 맴돈다'는 비판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롯데 계열사의 특정 임원은 10여차례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등 강도 높은 소환조사가 지속됐다. 한편에선 기업 경영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 총괄회장의 3천억원대 증여세 탈루 단서를 확보하는 등 성과도 나왔다. 하지만 애초 목표한 비자금 수사는 다소 지지부진한 측면을 보였다. 법원에서 영장의 잇따른 기각, 변호인 측의 적극적인 소명 및 대응 등도 수사에 난관으로 작용했다.

주요 피의자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에 따른 장례 일정 등을 고려하면 검찰이 애초 계획한 것보다는 수사가 다소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추석 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당초 복안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자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사 일정의 재검토는 불가피하지만 두 달 넘는 수사를 통해 확정된 범위와 방향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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