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현대중공업 RG 놓고 '핑퐁 게임' 은행들, 한달 반만에 합의···하나·수출입은행 총대 매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유조선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두고 '핑퐁 게임'을 벌이던 은행들이 한 달 반 만에 합의를 이뤄냈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고 발주처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으로, RG 발급이 돼야 수주가 성사된다.

은행들의 이번 합의로 현대중공업은 한동안 RG 발급에 대한 우려 없이 배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하나·우리·신한·농협·기업·국민은행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 현대중공업 채권단은 지난 21일 RG 발급 방안을 확정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또다시 총대를 메고 RG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RG 발급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9일 그리스 선주(船主)로부터 2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지만 한 달 반 가까이 RG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해운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감에 따라 리스크 줄이기에 나선 은행들이 RG 발급을 서로 미루면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이 다른 수주 계약의 RG 발급을 요청했을 때도 은행들은 지원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다가 결국 하나은행·수출입은행이 RG를 발급했었다.

이번 RG 발급이 늦어진 것은 '순번'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이 RG를 원활히 발급받을 수 있도록 최근까지 현대중공업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순서대로 RG 발급 순번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농협은행이 1순위로 RG를 발급해줘야 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 여신 부실로 올해 상반기에만 3천290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라 새로 보증을 서기 어렵다며 완강하게 버텼다.

논의 끝에 은행들은 농협은행을 올해까지만 RG 발급 순번에서 제외해주고 내년부터 참여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고 나서도 어느 은행이 먼저 RG를 발급할지를 두고 채권은행간 눈치보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농협 몫 보증은 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절반씩 나눠 부담하게 됐다. 다음 순번인 국민은행도 RG를 발급한다.

오는 10월 중순까지 세 은행이 발급해야 하는 RG 규모는 1천200억∼1천300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또 다른 배를 수주한다면 그때는 하나·수출입·국민은행을 제외하고 조선업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은행이 RG 발급을 맡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 추가 담보를 받고 RG를 발급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담보 설정에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해 담보가 없는 기존 RG 발급 구조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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