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북 제재 논란 닮은 대러 제재…"구멍 많아 효과 적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부터 모스크바 시내에 갤럭시 S7 형태의 가로 48m, 세로 80m에 달하는 초대형 LED 사이니지를 선보여 러시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2016.5.22 [삼성전자 제공]

러, 전자부품은 한국에서, 독일제 함정 엔진은 중국 복제품에서 우회로 찾아
"미국·서구의 정치적 의지력 부족…러, 기술개발·돈 절약 등 역설적 효과 내"

미국 등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로 인해 자국 우주 및 미사일 산업용 핵심 전자부품을 서방으로부터 살 수 없게 된 러시아는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로 구매처를 돌렸다.

러시아 해군에 디젤 선박 엔진을 납품하던 독일의 엔진 공급 중단은 러시아가 건조 중이던 신형 미사일 초계함들을 조선소에 묶어둠으로써 러시아 함대 현대화 사업에 구멍을 뚫는 듯 했으나, 러시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체 공급자를 찾아냈다.

수년 전 독일이 중국에도 같은 엔진을 판매한 적이 있는데 중국이 이를 복제한 것을 러시아가 구매키로 한 것이다. 중국제가 독일제만큼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배를 바다에 띄우는 데는 문제 없었다.

러시아에 미스트랄 헬기 항공모함을 팔기로 했던 프랑스가 2015년 계약을 취소한 것은 러시아에 타격을 줬다. 그러나 러시아는 선급금으로 프랑스에 지급했던 10억 달러를 되돌려 받았을 뿐 아니라, 이 항모 탑재용으로 만들어둔 KA-52 헬기 50대를 이집트에 팔아치울 수 있었다. 이집트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돈을 빌려 프랑스에서 헬기 항모를 샀다.

러시아는 현재 금수품인 우크라이나제 디젤 엔진을 장착한 프리깃함 3척을 인도에 파는 데도 성공해 초기 투자금을 되찾았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로 유럽제 첨단 군사용 감지기와 소프트웨어, 선박 엔진 등의 조달 길이 막혀 러시아군 현대화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러시아는 "창의적이고 항구적인" 우회로를 찾아냈다고 포린 폴리시가 23일(현지시간) 일부 국방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군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리어 더욱 풍부한 적응력을 갖추게 됐고 그 과정에서 군비 예산을 절약하거나 벌 수도 있게 됐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대러 제재가 당초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은 미국과 서구의 정치적 의지력 부족으로 인해 제재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제재 강도가 충분치 않다"며 "원하는 만큼의 충격을 가하려면 (군용 부품 판매 금지 등에서 기존 조치보다) 한참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러 제재를 둘러싼 제재 강도와 우회로 등에 대한 논란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둘러싼 논란을 닮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위해 대러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러시아가 서둘러 독일이나 프랑스로 구매처를 다시 돌릴 것 같지 않다고 마이클 코프먼 해군분석센터(CNA) 연구원은 말했다. 유럽 방위산업으로부터 러시아의 이탈은 이미 영구적이 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데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올해 총선 후 친러 정당들이 세를 얻게 되면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계산 하에 "푸틴이 지금은 폭풍이 지나갈 것으로 보고 웅크린 채 때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제재 국면 속에서도 그동안 추진해온 군사력 증강의 결과물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러시아는 항모 아드미랄 쿠즈네초프를 시리아 연안에 사상 처음으로 전투배치, 함재기를 통해 수주 간 시리아 내 목표물들을 공습했다. 물론 기계적 결함 때문에 함재기 2대가 착륙에 실패해 바다에 추락하는 것과 같은 한계도 보였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유럽의 고품질 기술을 구매할 수 없게 돼 차세대 군사기술의 개발에 차질을 빚은 만큼 대러 제재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자체 개발하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들이 나토 기준엔 미흡하더라도 러시아의 군사적 목표 수행엔 효과적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개입,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게 실증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22일 우달로이급 대잠 구축함 5척에 모두 자체 제작한 신형 전자무기체제를 재장비한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 업체들의 도움도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중장비 제조업체 이베코는 경장갑차를 러시아 육군에 계속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시리아에 배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엔진업체 모터 시크 역시 매년 수백 대의 헬기용 엔진을 러시아에 팔고 있다. 최대 고객 중 하나를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러나 만일에 대비, 모터 시크의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엔진 제작 능력을 기르고 있어서 2~3년 후엔 엔진을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코프먼 연구원은 말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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