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벌금에 벌금, 흔들리는 獨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

윤근일 기자

독일 최대의 은행 도이체방크의 실적 악화가 2일(현지시간) 독일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시장의 예상대로 0.25%인 기준금리와 4천350억 파운드인 국채 매입 및 100억 파운드 회사채 매입 등 양적완화 한도를 각각 만장일치로 동결하기로 하고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47% 상승한 7,140.75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27% 하락한 11,627.95에 장을 마쳤는데 이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지난 해 실적이 14억 유로(1조7천277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보이면서 주가가 5.21% 빠지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이 은행은 수년간 지속한 경영난에 '벌금 폭탄' 부담이 겹쳐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도이체방크[AP=연합뉴스 자료사진]

◇벌금에 벌금...부실판매와 돈세탁 여파는 계속◇

도이체방크는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부실 주택저당증권을 부실 판매한 데 대한 72억 달러(약 8조4천억 원) 규모의 벌금 영향으로 지난 4분기 19억 유로의 순손실을 냈다.

여기에 도이체방크는 지난 달 말 미국 뉴욕주 금융서비스국(DFS)와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합동으로 도이체방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루블화로 주식을 산 직후에 같은 주식을 런던에서 되팔아 달러화를 챙기는 '미러 트레이딩' 방식으로 우리돈 11조원 규모의 자금세탁을 한 것이 적발됐다.

이번 적발로 도이체방크는 DFS로부터 4억2천500만 달러(4천950억원), FCA로부터 2억4백만 달러(2천400억원)의 벌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양측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지난 2011∼2015년 러시아 고객들이 모스크바와 런던, 뉴욕 지점을 통해 100억 달러(약 11조6천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을 방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도이체방크는 벌금에 대한 비용과 구조조정에 홍역을 치르면서 지난 2015년 65억 유로(8조213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올해 14억 유로(1조7천277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보였다.

◇진짜 문제는 이자수입에 지나친 의존...유럽은행의 문제 담고 있어◇

독일의 자랑이자 147년 전통의 도이체방크는 2015년 기준 1조6290억 유로의 자산을 자랑하는 은행으로 당시 독일 중앙정부의 예산 3천억 유로의 5배가 넘는 초거대 은행이다.

독일 내에서는 도이체방크가 독일내 지점 수백곳이 폐쇄를 단행한 것을 비롯 이같은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이치방크의 진짜 위기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해 10월 ‘도이체방크와 유럽 은행, 문제의 끝은 어디일까’는 보고서를 통해 “벌금이나 소송비용은 일회성 비용이고 분납도 가능하다”며 “투자자들이 여전히 도이체방크에 대해 비관적인 것은 이 은행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보고서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문제는 곧 유럽 은행 문제의 본질과 겹치는데 ▲이자 수익을 중심으로 한 수입원의 수익성이 현저하게 떨어진 점과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일부 은행의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수수료 수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은행들과 달리 유럽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수익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데 문제는 현재의 환경에서 유럽 은행들이 점점 더 돈을 벌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2011년 11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취임하면서 ECB가 본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금리를 인하했다.

보고서는 “시장에서는 미국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자수익 비중이 높은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점차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며 “수익성에 심한 타격을 받은 곳이 도이체방크”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금리가 유로존 평균 금리에 비해 특히 낮은 데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매우 작고 수익률곡선이 가장 평탄하다.

여기에 신용스프레드까지 축소되면서 도이체방크는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도이체방크는 결국 위험도가 높은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창출에 나섰으나 이마저 적자가 나면서 매우 힘들어졌다.

보고서는 “도이체방크를 중심으로 한 일부 유럽 은행들의 문제는 단순히 일회성 비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것이라 판단하고,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이미 작아질 대로 작아진 장단기금리차와 신용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돼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현재 도이체방크의 구조를 슬림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내재된 리스크는 언제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드릭 캐논 KBW 애널리스트도 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의 단기적 문제는 미국 법무부와 벌금 합의지만, 장기적 문제는 수익성이 낮은 가운데 실적을 통해서나 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미국 경제방송 CNBC도 "도이체방크가 부딪힐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본부족 문제가 유동성 문제로 전환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도이체방크가 실패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만, 도이체방크는 양질의 유동자산이 많은 동시에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파생상품도 많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도이체방크의 존 크라이언 CEO는 당시 연초 대비 주가는 55% 추락해 시가총액이 145억 유로(18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든 가운데에서도 도이체방크가 위험을 줄였고,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당국의 벌금 규모는 과장됐다고 강조했다.

크라이언 CEO는 지난해 10월 주말 직원 10만 명에 "시장의 투기세력이 도이체방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규탄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투기를 사업 모델화한 주범이 투기의 피해자인 척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도이체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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