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중국 '부동산 버블', 美 서브프라임 위기 재연하나

이겨레 기자
중국 부동산

'부동산 광풍'으로 불리는 중국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은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수년 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작년 말 기준 44.4%에 머물러 미국의 79.5%나 일본의 62.5%보다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중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재경대학 연구소는 이 수치가 실제로는 60% 이상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공식적인 통계상에는 은행 대출만 가계부채로 집계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중국인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거액을 빌려 집 장만에 나서고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선전(深천<土 川>)에 사는 회사원 웬디 왕은 지난해 산 아파트의 계약금 80만 위안(약 1억4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50만 위안, 신용카드와 할부대출로 30만 위안을 마련했다.

광저우(廣州)의 판매 매니저 엘리 마이는 240만 위안(약 4억1천만원)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부모가 적금 30만 위안(약 5천200만원)을 해약하게 하고, 친구들에게서도 있는 대로 돈을 끌어모았다.

여기에 기존에 보유하던 아파트를 담보로 80만 위안의 대출을 받고, 자동차 할부대출로 20만 위안을 마련하고서야 겨우 집값의 절반인 계약금을 낼 수 있었다.

상하이재경대 천 위엔위엔 연구원은 "이런 식으로 가면 이르면 2020년에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127%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인 2007년과 같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에게도 마구 대출을 해주다가 일어난 금융 위기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해 다음 해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했다.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35%를 밑돌았으나 지금은 90%까지 높아졌다. 반면에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2000년대 초 30%를 웃돌지만, 지난해에는 15%로 떨어졌다.

치솟는 집값에 더 늦기 전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면서 이제 중국의 젊은 세대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쏟아붓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상반기 선전의 주택 구매가격은 평균 370만 위안(약 6억4천만원)으로 구매자들은 평균 238만 위안(약 4억1천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집값 대비 담보대출 비율은 64%로, 홍콩(51%)과 미국(55.5%)을 웃돈다.

주택 구매자는 대부분 20∼30대로, 이들이 대출을 갚으려면 한 달에 1만600위안(약 180만원)씩 30년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선전의 사무직 평균 월급은 8천892위안(약 15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월급이 1만5천 위안(약 260만원)인 엘리 마이는 부모, 친구에게 빌린 돈과 주택담보대출, 할부대출 등을 갚기 위해 한 달에 2만5천 위안(430만 원)씩 써야 한다.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의 부채 총액은 무려 300만 위안(5억2천만원)에 달한다.

웬디 왕은 앞으로 30년 동안 매달 월급의 80%에 이르는 9천600 위안(약 170만원)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써야 한다. 이를 대기 위해 부모는 자신들이 받는 연금을 매달 그에게 보내준다.

월급이 1만 위안을 갓 넘는 그가 어떻게 180만 위안(약 3억1천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중국에서는 원리금 상환액이 월급의 절반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대출자들이 자신들의 월급을 부풀려 신고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월급을 1.6배 부풀려 대출을 받았다는 웬디 왕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영 살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파트를 샀다"며 부모님이 자신의 결정을 매우 기특해하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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