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중국 사드보복에 쓴 맛본 화장품 업체, 내년에는 달라질까

윤근일 기자
화장품

2017년은 이전까지 K-뷰티를 전 세계에 알리며 승승장구했던 국내 화장품업계가 쓴맛을 본 한해였다. 지난해까지 중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국내 화장품업계는 올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부진에 울상을 지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온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급감으로 뒷걸음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2분기에는 반 토막이 났다. 올해 3분기 때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9.7%(1천324억 원) 감소했고, 매출은 1조4천187억 원으로 14.2% 줄었다.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온 LG생활건강도 사드보복 여파에 2분기 매출이 소폭 줄었다. 다만 LG생활건강은 포트폴리오에서 화장품사업 비중이 낮아 아모레퍼시픽보다 좀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천527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매출액은 1조6천88억 원으로 2.9% 늘었다. 또,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 등 중소기업 브랜드들도 사드 직격타를 맞아 고전했다.

화장품 제조업체도 부진했다.

코스맥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한국콜마는 155억 원으로 1.2% 감소했다.

미샤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회장은 올해 4월 투자회사 비너스원에 1천882억원 규모 보유 주식을 양도했다.

업계에서는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 화장품 로드숍 경쟁 심화와 매출 정체 등을 거론했다. 수장이 바뀐 에이블씨엔씨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총 2천289억 원을 투자해 미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명동 올리브영 점

스킨케어브랜드 'AHC'로 유명한 국내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는 9월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에 22억7천만유로(약 3조576억 원)에 인수됐다. 국내 화장품업체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올 한해 화장품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올리브영, GS왓슨스, 롭스 등 H&B스토어는 꾸준히 성장하며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 가고 있다.

H&B스토어는 의약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생활용품 등을 한 곳에서 파는 외국 드러그스토어의 국내 버전으로, 드러그스토어의 미용·건강부문이 강화됐다. H&B스토어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2.5% 성장해 올해 시장 규모 2조 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 H&B스토어 브랜드인 올리브영은 매출액이 2012년 3천85억 원에서 지난해 1조1천270억 원까지 껑충 뛰었다. 매장 수도 2012년 270개에서 올해 상반기 850개로 3배가 넘게 늘었다.

H&B스토어의 강점은 다양한 제품을 브랜드와 상관없이 한 자리에서 자유롭게 체험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것이 특징인 만큼 국내외 약 600여개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등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반면 자사 제품만 모아 판매하는 브랜드 로드샵들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더페이스샵,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주요 브랜드 로드샵들은 최근 몇 년 간 수가 지속적으로 늘었으나, 올해는 일부 감소했다.

유통업계는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업체들이 판로 다변화를 꾀하면서 내년에는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업체 모두 이전의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 현지화 전략 등 중국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재개했고, 최근 실적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화장품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에 베트남 등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오히려 K-뷰티 경쟁력 강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제24차 세계화장품학회 콘퍼런스(IFSCC 2017 Seoul)에 세계 각국의 관계자 1천명 이상이 참석했을 정도로 한국 화장품과 그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부진과 관련해 한중 관계 변화 등 외부 이슈 때문만이 아니라 국내외 장기적인 경기 침체, 화장품 산업 내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어서 자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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