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세법개정'조세지출로 빈부격차 개선…근로·자녀장려금 5년간 15조↑

윤근일 기자
김동현

재정 여건을 10년 만에 세수입 감소로 전환하는 대규모 조세지출 구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세수감소의 원인인 저소득층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 확대가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재정 악화나 근로의욕 저하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관세법 등 19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다음 달 16일까지 입법예고 후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1일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문재인 정부의 2번째 세법개정안은 조세지출을 통한 소득분배 개선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중점을 뒀다.

세수효과

△ 근로·자녀장려금 5년간 15조 ↑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저소득층 소득과 자녀양육 지원을 위해 근로·자녀장려금을 3배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한다. 향후 5년간 15조 원 가까이 조세지출을 확대해 일하는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 빈부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서민감세' 효과로 전체 세수는 내년부터 10년 만에 감소 기조로 전환하지만, 고소득층·대기업 증세로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의 세부담을 줄이는 '부자증세' 기조는 유지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세입계상 전에 들어온 세금에서 나가는 조세지출이 매년 근로장려금으로 2조6천억 원, 자녀장려금으로 3천억 원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5년간(전년대비 기준) 2조5천억 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지만,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대한 감세 기조는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세법개정

정부는 우선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위해 내년에 근로장려금으로 334만 가구에 3조8천억원 을, 자녀장려금으로는 111만 가구에 9천억원을 지급하는 등 모두 4조7천억 원을 조세지출을 통해 지급한다.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은 지난해 기준 166만 가구에서 2배로, 자녀장려금 지급대상은 106만 가구에서 5만 가구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총 지급액수는 1조7천600억 원에서 2.7배로 늘어난다.

근로장려금

이로 인해 연간 3조 원에 가까이 조세지출이 늘어나 5년간 전년 대비 기준(순액법)으로 계산했을 때 2조9천648억 원, 기준연도 대비(누적법)로 계산했을 때 15조 원에 가깝게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기재부는 전망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상호금융 예탁금 분리과세 등으로 세수가 일부 늘어나지만, 전체 세수도 5년간 전년 대비 기준 2조5천343억 원, 기준연도 대비 12조6천18억 원 줄어든다.

전체 세수가 감소세로 전환하는 것은 대기업·부자 감세를 했던 2008년 세법개정안 이후 10년 만이다.

근로·자녀장려금 효과를 제외하면 5년간 세수는 전년대비 기준 5년간 4천305억원, 기준연도 기준 5년간 2조2천222억 원 각각 증가한다.

△ 고소득자 대기업 증세 2탄…서민·중소기업은 세 부담 감소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대폭 줄이고 고소득자나 대기업의 세금 부담은 확대하는 것이 이번에 추진하는 세제개편의 핵심 효과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2019년 이후 5년간 세수가 2조5천343억원 감소(순액법, 전년 대비)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계층별로 나눠보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세 부담이 3조2천40억원 줄고, 고소득자·대기업은 7천882억원 늘어난다. 노후 경유차 교체를 위한 개별소비세 감면 등 영향을 받는 계층을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세 부담 감소 효과는 1천185억원으로 추산됐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천223억원, 5천659억원 규모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 데 이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은 종합부동산세(고소득자 약 2천800억원, 대기업 약 6천100억원)다. 한편, 서민·증산층, 중소기업은 세 부담이 각각 2조8천254억원, 3천786억원 줄어든다.

△ 5년간 누적 세수 12조6천억 원 감소 효과…"부작용·재정 악화 경계해야“

10년 만의 대규모 세수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추진하는 세법 개정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하면(누적법) 2019년 이후 5년간 약 12조6천18억 원의 세수감소 효과를 낸다.

정부는 작년 8월 세법 개정을 추진하며 마찬가지 방식으로 계산해 2018년부터 5년간 23조6천억 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는데 극적으로 반전한 셈이다.

세수 변화를 매년 전년도 기준으로 비교하는 '순액법'으로 계산하면 2019년에는 세수가 올해보다 3조2천810억원 감소하고 2020년에는 기저 효과 등으로 인해 세수가 5천621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5년간 세수는 2조5천343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근로·자녀장려금의 영향을 제외하고 계산한 5년간의 세수효과는 누적법 기준 2조2천222억원 증가, 순액법 기준 4천305억 원 증가로 추산됐다.

세수감소를 감수하고 대규모 조세지출을 단행하는 것에 관해 조세 정책이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통계를 보면 근로소득이 이전소득보다 작아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런 혜택을 줌으로써 일을 더해서 소득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키우기보다 근로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수 세수 확보 대책을 세워 재정 악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세·재정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세법 개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혁신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최저임금 대상자들의 갈등 및 자영업 구조조정은 근로장려세제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창출이나 혁신 성장과 관련해 홍 교수는 "근본적인 것은 제도나 투자의 문제다. 규제개혁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구조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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