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통사 ‘준 보편요금제’에 알뜰폰업계 가입자 대규모 이탈 우려

이겨례 기자

보편요금제를 겨냥해 이동통신 3사가 유사한 상품을 연이어 내놓자 알뜰폰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알뜰폰 원가에 해당하는 도매대가 인하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전부터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을 우려하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최근 내놓은 3만3천원대 요금제는 25% 요금할인을 적용할 경우 2만4천 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제공량도 1∼1.3GB로 보편요금제(월 2만원대에 1GB 이상, 음성통화 200분)와 비슷하다.

여기에 문자와 음성통화를 기본 제공하고, 이통 3사의 촘촘한 유통망과 마케팅, A/S까지 더해지면서 가입자를 빠르게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신규 요금제 'T플랜' 100만 가입자 중 절반이 월 3만3천원대 '스몰' 요금제를 택했다.

알뜰폰 업계도 작년 말부터 보편요금제보다 혜택이 큰 상품을 줄줄이 내놓았지만, 대형 이통사와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3사 요금 경쟁에 불붙기 시작한 7월에는 이통 3사 모두 알뜰폰에서 옮겨온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옮겨간 가입자보다 많았다.

3사로 동반 가입자 이탈(순감)은 알뜰폰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달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빠져나간 고객은 알뜰폰으로 옮겨온 이용자보다 2만721명 많았다. 이 역시 알뜰폰 출범 후 최대 수치다.

애초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알뜰폰 가입자 80만∼100만명 정도가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최근 바른미래당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80만 명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통 3사가 일찌감치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가입자 이탈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다 보니 가입자 유출이 생각보다 빠르다"며 "이번 달도 3사로 이탈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작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열쇠를 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이통 3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일제히 내놓은 만큼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3사의 3만 원대 상품 출시가 애초 보편요금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기존 요금의 연쇄 인하가 불가피해 이통사들은 도입을 거세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가 이통사들의 '준 보편요금제' 공세에 대응할 방안으로는 도매대가 인하가 꼽힌다. 하지만 이통사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가 기존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저가 요금제를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도매대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방증"이라며 "상생 차원에서 이통사가 도매대가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우체국 알뜰폰 청약코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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