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빚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부담률 상승이라는 고육책을 꺼내들었다.
대신 재정준칙을 도입하여 국가 재정에 대한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국민부담률이란 국민이 낸 세금과 국민연금,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조세부담률에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것이다.
◆ 대응하지 않으면 국가채무비율 81%까지
기획재정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향후 40년간 장기재정전망을 하고 그 내용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장기재정전망을 하면서 ▲ 정책 대응을 하지 않은 경우와 ▲ 인구 대응을 한 경우 ▲ 성장률 대응을 한 경우로 나눴다.
정책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2060년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81.1%로 올라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올해 43.5%인 국가채무 비율이 40년 후 2배 가까이 오른다는 전망이다.
국가채무 비율은 2045년 99%까지 오른 후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정부는 추측했다. 다만 최악 상황을 가정해도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08.9%보다는 낮다.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에 따라 성장률도 하락하는데 돈 쓸 곳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및 성장률 하락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총지출 관리 카드 꺼낸 정부
정부는 우선 수입·지출·재정수지·국가채무 등 4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저성장이 고착화해 나랏빚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중장기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차후에 규모를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을 새로 도입하는 경우 재원 확보 방안을 구체화하자는 게 골자다.
◆ 재정 사업 평가제도 도입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선다
재정사업 평가제도를 활용해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고, 관행적으로 정부 자금이 출연되는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비과세나 세금 감면제도 가운데 실효성이 낮거나 덜 필요한 사업도 정비해 세원을 넓힌다. 역외탈세에 대한 과세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기술발전 및 신산업 육성, 교육과정의 혁신, 평생교육 및 직업훈련 고도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역동성을 높일 기반을 마련한다. 이밖에 성·연령·계층별 경제활동 참가를 늘리고 출산율을 점차 높여가기로 했다.
정부는 성장세가 올라간다면 세입 여건이 개선되어 재정 건전성이 강화되고, 재정정책 여력이 커지는 등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사회적 논의 거처 국민부담율 인상
4대 연금 및 4대 보험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개혁안도 논의한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45%로 높이고 보험료율은 9→12%로 상향하거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강화하고 대신 보험료율은 13%까지 높이는 내용의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국민연금을 더 받으려면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는 취지로 앞으로 개혁 방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회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안 마련을 지원하고, 기금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국민연금 기금이 2041년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보다 1년 이른 2040년에 적자 전환한 다음, 적자가 누적돼 2054년에 기금이 바닥난다고 전망한 바 있다.
군인연금도 과거 사례를 고려해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고, 의사 면허가 없는 이가 의료인을 고용해 만드는 불법 사무장 병원도 근절해 재정 누수를 막는다. 시설 이용률도 높여 지출을 보다 효율화한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국민부담률 상향 조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부담률이란 한해 국민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한 뒤 이를 그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 수준 향상과 함께 국민부담률이 자연스레 올라간다면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며 "국민부담률 상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4.3%)보다 7.6%포인트 낮다. 2024년 전망치(27.3%) 역시 2018년보다 높지만 선진국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 정부, 증세 단어에 부담감
국민부담률을 가장 쉽게 끌어올리는 방법은 증세다. 다만 정부는 '증세'라는 단어에 상당한 부담감을 표명하고 있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장기재정전망에 증세를 반영했느냐는 물음에 "증세는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이를 가정하지는 않았다"며 "보험료율 등이 인상되거나 국민부담금이 올라갈 수도 있겠고, 경제가 성장해 세금이 많이 걷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국가채무비율 증가해도 주요국 대비 양호"
기재부는 이날 각 언론사가 우리나라 재정건정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 증가는 주요국 대비 낮을 것으로 전망되며,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시적 채무증가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여, 코로나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경제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최적 대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소극적 대응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된다면 세수여건 악화 등으로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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