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 대출 잔액이 1,6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행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2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금리 갈수록 올라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7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7∼3.62% 수준이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하단이 0.58%포인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뛰었다. 4대 은행의 7일 현재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55∼3.90%다. 역시 작년 7월 말(2.25∼3.96%)보다 최저 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운데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이른바 '혼합형'의 경우 금리 상승 폭이 더 컸다.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2.17∼4.03%에서 현재 2.82∼4.43%로 상단과 하단이 각 0.65%포인트, 0.4%포인트 뛰었다.
개별 A은행의 혼합형 금리만 따로 보면, 이 기간 2.53∼3.54%에서 3.42∼4.43%로 상단과 하단 모두 0.89%포인트나 올랐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 오르고…우대금리는 깎고
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은 4대 은행뿐 아니라 예금 은행 전반에 나타난다.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 추세는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88%로 2월(2.81%)보다 0.07%포인트(p) 올랐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70%)와 주택담보대출 금리(2.73%)는 각 지난해 2월(3.70%) 이후, 2019년 6월(2.74%) 이후 21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은행채 금리 등 가계대출의 지표금리가 오른데다 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다.
최근 경기 개선, 인플레이션 기대 등의 영향으로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 금리가 꽤 올랐는데, 단기물의 경우도 상승 폭이 장기물만큼은 아니지만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0.761%에서 올해 4월 말 0.835%로 0.074%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른다.
코픽스는 쉽게 말해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권이 4월에 적용한 코픽스(3월 기준)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84%로, 작년 7월의 0.81%보다 0.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1.277%에서 올해 4월말 1.841%로 0.564%포인트나 뛰었다.
은행들이 수신(예금) 금리 인하 등으로 조달 비용을 낮추고 예금 유치 경쟁 상황에 따라 금리를 의도적으로 낮춘 부분 등까지 반영된 코픽스 변동금리 상승 폭보다 은행채 시장금리 추세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혼합형 금리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다.
이런 대출 지표금리 오름세뿐 아니라 정책 규제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우대금리를 많이 받을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우대금리 폭을 0.5%포인트 이상 잇따라 줄였다.
▲신규·기존 대출자 모두 타격…"인플레 기대심리로 금리 상승속도 빨라질 듯"
이처럼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 신규 대출자 뿐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은 기존 차주(돈 빌린 사람)의 부담도 커진다.
가계대출자의 60∼70%가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신용대출의 경우 약정에 따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현시점의 기준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앞으로 빨라지면서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뛰면서 채권 등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로 이미 2%를 넘어선 상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한다.
물가와 자산가격 거품을 잡기 위해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올 수록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방안까지 발표되면서 대출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대출 공급이 억제되면 자연스럽게 금리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출금리 1%p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 12조원 '껑충'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p) 높아지면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12조원 가까이 불어난다.
한은이 추산한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원으로, 이들은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이자를 5조2천억원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9일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p 오를 때 이자는 11조8천억원 증가한다.
이자 증가액을 소득분위별로 보면 ▲ 1분위(하위 20%) 5천억원 ▲ 2분위 1조1천억원 ▲ 3분위 2조원 ▲ 4분위 3조원 ▲ 5분위(상위 20%) 5조2천억원이다.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천억원의 이자 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다.
이 집계는 한은이 작년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총잔액인 1천630조2천억원을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파악한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비중에 따라 나눈 결과다.
한은은 은행권 대출 자료와 비은행권 모니터링 정보 등을 분석해 가계대출의 72.2%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일 것으로 추정했다. 변동금리 대출은 시장금리 상승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소득분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모든 분위에 같은 비율을 적용했다.
이 변동금리 가계대출 잔액에 금리 인상 폭 1%포인트(0.01)를 곱해 추정된 것이 총 이자 증가분(11조8천억원)과 소득분위별 이자 증가 규모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전체 금융부채 가운데 각 소득분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 1분위 3.9% ▲ 2분위 9.4% ▲ 3분위 17% ▲ 4분위 25.6% ▲ 5분위 44.1%다.
같은 방법으로 금리가 0.5%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5조9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분위별로는 ▲ 1분위 2천억원 ▲ 2분위 6천억원 ▲ 3분위 1조원 ▲ 4분위 1조5천억원 ▲ 5분위 2조6천억원이다.

▲자영업자 이자 부담도 5.2조 증가 추정
특히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p 뛰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천억원이나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기관별로 보면 은행 대출자의 이자가 3조3천억원,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이자가 1조9천억원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자영업자 이자 추정에는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했다.
약 100만명 대출자의 대출 정보가 담긴 이 DB에서 한은은 개인사업자 대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자영업자로 간주했다.
이렇게 자영업자로 분류된 이들의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친 금액을 자영업자가 보유한 총대출 규모로 봤다.
한은은 이렇게 추산한 자영업자의 총대출액에 일정한 확장 배율을 곱해 작년 3분기 기준 한국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777조4천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가계대출이 올해 1분기에 더 증가했을 것을 생각하면 가계와 자영업자가 금리 상승 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 이자도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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