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러시아, 자급자족경제 추진했지만 실패

함선영 기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서방 제재에 대비해 '자급자족식 경제'를 구축하려 노력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가해진 서방 세계의 각종 제재를 극복하고자 외국 수입 상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수입대체 전략을 추구했다.

러시아는 '러시아 요새화'(Fortress Russia)로 불린 수입대체 정책에 2015∼2020년 세출예산의 1.4%에 해당하는 2조9천억루블(약 36조54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에는 실패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이후 줄곧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2020년 말 현재 러시아 국민의 실질소득은 크림반도 병합 전인 2013년보다 9.3% 감소했다.

푸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게다가 러시아 경제의 수입품 의존도는 오히려 악화했다.

러시아 가이다르경제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러시아 국내 제조업체의 81%가량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수입품을 대체할 자국 제품을 찾을 수가 없다고 답했다.

또 절반 이상은 자국 생산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 두 수치는 연구소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래로 가장 높았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 소매 시장에서 비(非)식품 소비재 매출의 75%를 수입품이 차지했다. 통신장비 부문에서 수입품 비중은 86%에 달했다.

수입이 2020년 러시아 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해 중국의 16%보다 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이번 서방 세계의 제재로 러시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트럭 제조사 카마스는 공급망 문제로 생산량이 최대 40% 감소하고 직원 1만5천여명이 일거리가 없는 처지에 놓였다.

독일국제안보연구원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인 야니스 클루게는 "수입대체 전략은 러시아를 서방 제재로부터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같은 작은 경제가 복잡한 첨단기술 제품을 자체적으로 제조할 수 없기에 러시아의 이런 계획은 시작부터가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단, 중국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상품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서방 세계와 안 좋은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중국이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어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제품은 러시아의 수요를 맞춰 줄 수 없을 것이라고 WSJ은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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